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8·2부동산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후속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투기지역 내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을 앞으로 중단하는 등 대출 조이기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다음 주 투기가 의심되는 다주택자와 재건축 아파트 매수자 등을 대상으로 집중 세무조사에 나선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각 지점에 기존 다주택자 대출 고객의 만기 연장 방침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서울 강남 등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이 2건 이상인 고객이 만기 연장을 요청해 올 경우 1년 안에 주택 하나를 처분하는 것을 전제(특약)로 만기를 늦춰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투기지역에 주택담보대출이 2건 이상 있으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상관없이 대출을 1건으로 줄여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일선 지점에 기존 대출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투기지역 내 대출은 만기 연장을 제한해야 하고 기업자금 용도를 빙자한 주택담보대출인지도 체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시중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 이를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거나 대출액 또는 상환 방식을 바꾸는 등 ‘대출 리모델링’을 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대출 규제가 적용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원금 일부를 갚거나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단순히 만기만 연장한다면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대출 조건이 달라지면 신규 대출로 봐야 하기 때문에 새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도 8·2대책의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세무조사 카드를 빼들었다. 국세청 측은 “의심스러운 거래를 한 부동산 다주택자에 대해 세무조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아직 대상자를 확정하고 있는 단계이며 이르면 다음 주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노무현 정부가 2005년 8·31부동산대책을 내놓았을 때도 부동산 투기 혐의자 2700명을 세무조사한 바 있다. 이번에는 대상자가 당시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2일 이전 주택계약은 기존 대출조건 적용될듯
한편 금융당국은 강화된 대출 규제로 피해가 예상되는 실수요자 구제 방안을 다음 주 초에 내놓을 계획이다.
대책 발표일인 2일까지 주택 매매 계약을 했다면 이전 LTV 및 DTI 조건으로 대출해 주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실수요자들에게까지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금융당국 측은 “계약자 중 투기 세력을 제외하고 실수요자만 가려내 예외를 인정해 주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 재원은 최대 2조 원 추가해 10조 원 규모로 운용하기로 했다. 디딤돌 대출은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2억 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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