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톱?… 재건축 속도 양극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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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테크 상담실]<4> 규제폭탄 맞은 강남 재건축


‘8·2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 속도가 단지마다 엇갈리고 있다. 조합 설립과 서울시의 경관심의를 이미 마친 단지들은 관리처분인가 신청 등 착공 전에 필요한 모든 행정절차를 올해 안에 끝낸다는 목표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내년 1월 시행)를 피하기 위해서다.

반면 사업 속도가 비교적 느렸던 강남구 대치동 압구정동의 단지들은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분위기다. 조합이 설립되면 매매 거래 금지 등 여러 규제를 적용받게 되기 때문에 사업 속도를 낼 이유가 없어서다. 집주인과 투자자들의 재테크 전략 역시 단지별 사업 진행 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개포·반포주공 “GO”, 압구정·대치는 “STOP”

‘8·2대책’ 발표 이후 사업을 서두르는 대표적인 곳은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와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정도다. 7일 부동산업계와 개포1단지 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마친 이 단지는 다음 달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권상득 개포1단지 재건축조합 상근이사는 “이번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40%로 제한되면서 이주에 차질이 생길 것을 걱정하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사업 수익성 저하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포1단지 역시 5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9일 관할 구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10월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 밖에 강남구 청담동의 청담삼익, 서초구 서초동의 신동아·무지개 등도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아직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대치동 압구정동 등의 일부 단지에서는 ‘아예 사업을 미루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8·2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규제 지역에서의 재건축 사업성이 앞으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조합 설립을 포기하는 단지들이 생기는 이유다. 관련법이 개정되는 12월부터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정비사업의 일반·조합원분양에 당첨된 가구는 5년간 다른 정비사업 분양·입주권을 얻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가 재건축 여러 채를 사들이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분양 경쟁률의 급락이 예상된다.

○ “투기지역 이외 주택부터 파는 게 유리”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단지를 전매할 길이 막히면서 집주인들의 ‘출구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조합 설립을 마친 재건축 아파트는 5만6000채.

전문가들은 대출을 많이 끼고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샀던 다주택자라면 투기지역 이외의 아파트를 먼저 처분해 현금을 마련할 것을 권한다. 3채 이상 가진 사람이 투기지역에 있는 집을 팔면 보유 기간에 관계없이 10%포인트를 가산해 양도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말까지는 투기지역 이외의 주택을, 내년 4월까지는 청약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차례로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사업 초기 단계 단지를 사뒀다면 시세가 떨어질 때 자녀를 가구 분리해 증여하는 것도 절세(節稅)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반대로 강남에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예외적으로 매매가 허용되는 재건축 급매물을 노릴 수도 있다. 2003년 12월 이전에 조합이 설립된 단지 중 매도인이 이 기간 이전부터 주택을 소유해 왔거나 질병, 직장 이전 등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팔아야 할 때는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 허용된다. 고령 인구가 많고 조합이 오래전에 설립된 개포동의 일부 단지에서 이런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부동산#재건축#8·2부동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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