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신반포센트럴자이’ 본보기집 앞은 100m가 넘는 대기 행렬이 줄지어 있었다.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 업자들이 “당첨되면 도움을 주겠다”며 손님을 끌었다. 개장일인 1일부터 이날까지 본보기집을 찾은 방문객은 2만5000여 명. 임종승 GS건설 분양소장은 “예상을 넘어선 반응”이라며 “1주일 안에 ‘완판’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곳을 포함해 주말에 개관한 전국 6개 아파트 본보기집에는 약 10만 명의 예비 청약자들이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8·2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집값 하락과 거래 공백이 계속됐다. 하지만 규제 사정권에서 벗어난 일부 수도권 신도시는 호가가 꿈틀대며 ‘풍선효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은 탄탄한 실수요에 힘입어 청약 열기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잡기 위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재건축 거래절벽, 신도시는 꿈틀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2대책 발표 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값은 0.17%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규제 직격탄을 맞은 재건축 단지가 0.54%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이 분석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8월 첫 주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지만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아 거래절벽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7월에 40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8월에는 단 1건만 거래됐다. 매매가(전용면적 76m²)도 대책 직전보다 1억3000만 원 낮은 12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한 수도권 신도시는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모양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 지난달 분당신도시 아파트값은 0.74%, 판교는 0.64% 뛰었다. 일산(0.22%) 평촌(0.39%) 등도 서울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서울과 가깝고 재건축 연한이 다 된 낡은 아파트가 많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풍선효과를 기대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면서 실제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 강남은 ‘로또 청약’ 열기
일부 지역의 청약 열기도 계속되고 있다. 8·2대책 이후 강남권 첫 분양 단지인 신반포센트럴자이(서초구 잠원동 한신6차 재건축)는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에 제동을 걸면서 분양가가 3.3m²당 평균 4250만 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1000만∼2000만 원 낮아졌기 때문이다. 본보기집에서 만난 강모 씨(39·송파구 잠실동)는 “분양가가 낮아 관심이 생겼다. 실수요로 큰 면적을 분양받든지 투자용으로 전용 59m²에 청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월 중순 분양한 서울 마포구 ‘공덕 SK리더스뷰’도 평균 34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끝냈다. 서초, 마포구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초강력 규제를 적용받지만 서울 도심의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낡은 아파트가 많은 지방 구도심과 광역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충남 천안시 구도심인 서북구에서 문을 연 ‘천안역사 동아 라이크텐’ 본보기집은 1∼3일 2만1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8·2대책으로 관망세가 계속되겠지만 서울 재건축 등 입지가 좋은 곳은 나중에라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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