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규제 풍선효과 누렸지만 임대료 인상률 상한 5%에 묶이고
2018년 3월부터 대출문턱도 높아져… 금리 추가 상승땐 수익률 적신호
서울과 경기 오산시에 상가점포 3개를 가진 최모 씨(44)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내년부터 상가 임대료를 최고 5%까지만 올리게 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로 인해 상가 1개를 주변 시세만큼 임대료를 올린 뒤 매각해 현금화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인상률 상한이 9%라면 기대수익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겠지만 5%로 줄어들면 구매 희망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가 투자를 위해 받은 대출금 반환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올해 투자자의 관심이 몰렸던 상가시장에 새해부터 새로운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포함한 각종 악재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시장이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21일자로 입법 예고했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개정안에는 내년부터 상가 임대료 상승률을 현행 최고 9%에서 5%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 적용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월세×100)을 합한 금액)도 지역별로 50% 이상 높였다. 현재 서울에선 환산보증금 4억 원 이하인 상가에만 이 법이 적용된다. 앞으로는 6억1000만 원 이하인 상가의 세입자도 보호받게 된 셈이다.
올 한 해 상가시장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상승세를 달렸다. 8·2 부동산대책 등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도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 건수는 5월에 처음 3만 건을 넘어선 뒤 추석 연휴가 있던 10월을 제외하고 매달 3만 건 이상을 나타냈다. 8월에는 3만811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 가운데 오피스텔을 제외한 상가·오피스 거래량은 6월 이후(10월 제외) 1만8000건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 같은 상가시장의 투자 열기가 내년에는 빠르게 식을 가능성이 크다.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데다 앞으로 예고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릴 경우 상가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부동산 임대업자에 이자상환비율(RTI·이자비용 대비 임대소득 비율)을 적용해 대출 문턱을 높인다. 내년에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시장금리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상가는 전체 투자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그만큼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임대수익률이 대출금리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인다.
이와 함께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현재 5년에서 더 연장하는 내용의 추가 법 개정도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최장 10년까지도 연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상가를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환경이 열악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투자처를 선택할 때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한 부담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대신 권리금을 올리는 등 음성적인 방식으로 임차인에게 얼마든지 추가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을 우회하기 위해 상가를 전대(轉貸)하는 방식을 이용할 수도 있다. 상가 주인이 가족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전대 형식으로 상가를 임대하면 세입자는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임대료 상한선을 갑작스럽게 낮추면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꼼수가 횡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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