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1조원 자금 등 4가지 패키지 지원 정부-産銀에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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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상 마찰]정부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어렵다”
靑 “군산 고용위기지역 지정해 지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달 한국 정부에 최대 1조 원가량의 신규 자금 투입을 포함해 4가지 ‘패키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4가지 패키지 가운데 재정이 투입되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방한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글로벌 신차 2종류를 부평, 창원 공장에 배정하고 한국GM의 연간 생산량을 50만 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지난달 정부 부처와 KDB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유상증자 참여, 자금 지원, 담보 제공, 외투지역 지정 등 4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우선 GM은 한국GM이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총 27억 달러를 출자 전환하겠다며 2대 주주인 산은도 보유 지분(17.02%)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시설투자 등으로 향후 10년간 28억 달러를 신규 투자할 계획이니 산은이 지분만큼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요구대로라면 산은은 유상증자와 신규 대출 등 총 1조300억 원 안팎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GM은 한국GM 공장 일대를 외투지역으로 지정해 세제 감면과 재정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5억8000만 달러(약 6197억 원)에 대해 미국 본사가 한국GM의 공장을 담보로 설정할 수 있도록 산은이 동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전북 군산을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실상 GM 군산공장 포기 수순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 GM “산은, 보유지분만큼 유상증자 참여를” ▼

GM의 4가지 요청 가운데 정부는 외투지역 지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려면 제조업은 3000만 달러 규모 이상 생산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해야 한다. 하지만 GM은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시설 교체에 해당돼 외투지역 지정이 어렵다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GM 본사의 ‘먹튀’를 방지할 장치가 거의 없어 재정 지원보다는 대출 형식의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정 의원실에 전달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GM의 패키지 요청은 엥글 사장이 면담 때 구두로 밝힌 내용”이라며 “신규 투자 계획 등과 관련해 GM이 구체적으로 밝힌 내용이 전혀 없어 GM의 속내와 세부적인 계획을 더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GM이 그동안 산은에 제대로 된 경영 자료도 제공하지 않고서 이제 와서 2대 주주의 의무를 요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GM은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바꾸면서 산은에 5000억 원대의 신규 자금 투입을 요청하는 것이어서 경영 부실의 책임을 산은에 떠넘긴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군산공장 폐쇄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의원은 “군산공장 폐쇄를 예견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한 달 가까이 ‘GM 측의 구체적 제안은 없었다’며 쉬쉬하다 협상의 주도권을 잃었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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