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본사와 한국 정부, 한국GM 노조 등 한국GM의 생사를 결정할 3자의 협상카드가 윤곽을 드러냈다.
GM이 한국 정부와 노조에 대해 2월 말까지 한국GM 생존을 위한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만큼 한국GM은 ‘운명의 일주일’을 맞게 됐다. 앞으로 일주일간 3자가 현재 드러난 이견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한국GM의 생사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GM 요구사항에 의심 거두지 않는 정부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실사 후 지원’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백 장관은 “한국GM이 불투명한 경영 문제를 개선하고 장기 투자에 대한 계획과 고용안정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국회를 찾아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조와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셈이다.
GM은 지난달 정부와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에 △유상증자 △신규 자금 투자 △한국GM 공장 담보 제공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등 네 가지 패키지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산은 지분(17.02%)만큼 유상증자와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면 1조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산은은 유상증자든 신규 자금 지원이든 한국GM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기에 앞서 GM이 한국GM을 살리기 위한 중장기 경영개선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GM이 한국의 지원을 받은 후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철수하는 ‘먹튀’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계획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산은이 두 차례에 걸쳐 GM에 흑자 전환 대책, 산은의 감사권 행사 약속, 중장기 경영계획 등 8개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이날 출국하려던 엥글 사장은 일정을 변경해 정부 측과의 접촉에 나섰다. 엥글 사장은 이날 이동걸 산은 회장을 면담하고 이달 중 실사에 나서기로 했다. 양측은 GM 본사의 고금리 대출과 고액 로열티 지불 부담, 연구개발비 과다 계상 등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 실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엥글 사장은 22일에는 이인호 산업부 차관과 만날 예정이다.
○ 노조의 고통 분담 여부도 관심
한국GM 노조도 향후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잡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GM 구조조정의 첫 번째 요건으로 ‘비용 절감’을 강조하면서 노조의 고통 분담을 요구한 상태다. GM은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는 한국GM 노사가 진행 중인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2월 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한국GM지부는 GM 본사의 인건비 절감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한국GM 노조는 “2월 말이라는 시한은 GM의 일방적인 계획일 뿐이며 노조는 2월 말까지 임단협을 끝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 노조는 21일 한국 정부와 GM 본사에 △GM의 자본 시설투자 확약 △군산공장 폐쇄 철회 △차입금 전액 자본금 출자전환 등 9가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인건비 절감 등 고통 분담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 GM, 한국에 신차 물량 배분할까
GM은 통상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글로벌 각 공장의 생산량과 차종을 결정한다. 한국GM 공장들의 미래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이 결정이 나오기 전에 GM 측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정부의 한국GM 지원을 위한 선결조건인 실사가 서둘러도 최소한 2, 3개월 걸리므로 정부의 지원 여부가 2월 말까지 결정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GM 본사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우선 노조와의 협상 여부에 따라 신차 배정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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