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물량수요따라 근로시간-인력 탄력 운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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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조정안 노조에 전달

한국GM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조정안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 동결 및 복지비용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뿐 아니라 근로유연성 강화를 통한 생산효율성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8일 본보가 입수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회사 제시안’ 문건에 따르면 한국GM은 노조에 생산 안정화 및 근로구조개선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 개정안을 요구했다. 사측은 7일 제4차 교섭을 하면서 노조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임단협 조정안을 전달했다. 지난달 23일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제시한 임단협 내용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생산직 근로자들이 주축인 노조에 요구하는 임단협 조정안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임금 동결 및 각종 수당, 복지비용 축소의 내용을 담은 임단협 조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실제 임단협 사측 제시안 내용을 보니 한국GM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생산성 효율을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제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신설이다.

사측은 ‘노사는 물량 수요에 따라 생산 안정화를 목적으로 필요 시 해당 단위의 노사협의를 통해 노사 간 합의하여 근로기준법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한다’는 항목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하되 단위시간(2주, 3개월) 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장 노동시간에 맞추는 형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주로 비수기, 즉 차량 생산은 안 되는데 근로자들은 모두 출근해 있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측은 ‘적정 인원 유지’ 조항도 바꿀 것을 제안했다. 기존의 풀(Pool·현장에서 결원이 생길 경우에 대응하기 위한 예비 인력)과 키퍼(Keeper·품질 및 생산 공정을 관리 감독하는 사람) 제도 내용을 삭제하기로 했다. 그 대신 상황에 따라 현장의 적정 인원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정년퇴직 인원 감소 발생 3개월 전에 소요 인원에 대한 노사 간의 합의 조항도 삭제하자고 요구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풀과 키퍼 제도는 필요한 제도지만 현장에서는 사실 고임금 인력을 너무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경직된 근로 구조를 유연하게 논의해 보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에 따라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 재직 중 사망자 등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한다는 원칙도 삭제했다. 사측은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공지했던 것처럼 △임금 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복리후생비 삭감 등을 제시했다. 한국GM은 약 31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GM이 근로 유연성 강화를 강조한 건 미국GM 노조의 위기 극복 사례 등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GM 노조는 2009년 GM 파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면서 임금 조정과 과도한 복지 혜택 축소에 동의했고, 근로 형태도 유연하게 바꿨다. 국내에서는 르노삼성도 무분규 임금협약 타결과 근로 유연성 강화로 위기를 극복했다.

한국GM 노조는 임단협 조정안을 받고 즉각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7일 진행된 4차 교섭에서는 ISP(본사 파견 외국인 임직원)에 대한 설전만 오갔다. 노조는 이달 15일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 뒤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차 배정의 주요 열쇠인 임단협 진행이 더뎌진 상황에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7일 보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임단협 및 실사 등을 챙기고 정부 주요 인사를 접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GM 사태에 대한 ‘선(先) 실사, 후(後) 지원’ 및 ‘올드 머니(기존에 GM 본사가 한국GM에 대출해준 돈)는 GM이 책임진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한국GM의 원가구조를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 회생이 가능하다면 신규 자금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엥글 사장과) 구두 약속을 하고 실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회장은 “실무협의 과정에서 굉장히 민감한 자료를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어 실무진 간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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