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노조 ‘유나이트’가 사우스웨일스 등에서 차량 엔진을 생산하는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와 영국 정부에 “기존 엔진 공장을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으로 바꿔 달라”는 ‘미래 전략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상황에서 영국에 관세가 부활하면 수출 기지로서의 매력이 사라지는 데다 경쟁국들이 전기차 개발 경쟁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노조가 선제적으로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영국 노조의 대응은 강성 노조와 고비용 생산구조로 고전한 과거의 교훈 때문일 것이다. 영국은 1970, 80년대 극심한 노사분규와 생산성 추락으로 공장은 문을 닫고 일자리는 사라졌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애스턴 마틴, 재규어, 랜드로버 등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마저 모두 외국 기업에 매각됐다. 현재 영국에서 생산 중인 포드 역시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을 노조는 알고 있다.
영국 노조의 기민한 움직임은 글로벌 환경 변화를 외면하는 한국GM 노조와 비교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13년부터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생산성에 따라 러시아 호주 인도 등의 공장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적자가 본격화된 2014년 이후에도 매년 3∼5%대의 임금 인상안을 관철시키며 심지어 1000만 원에 이르는 성과급까지 매년 챙겨갔다. 노조의 이런 단견은 결국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이어져 대규모 실직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올해 2월까지 이미 멕시코에 뒤져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진 7위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노조는 투쟁에 매달리다가는 자칫 공멸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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