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허덕이는 한국GM이 6일 지급 예정이던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밝히자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고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사측은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등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5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직원들에게 e메일 공지문을 보내 1인당 일괄적으로 450만 원씩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던 지난해 임금협상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통보했다. 카젬 사장은 공지문에서 “회사는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정부와 본사)로부터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없다면 4월에 도래하는 각종 비용을 지급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 간부 등 5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 20분부터 인천 부평공장 본관의 카젬 사장실을 점거했다. 노조는 “성과급도 못 주는 사장은 나가라”며 사무실 집기 일부를 밖으로 내던졌다. 이 과정에서 의자와 서랍장 등이 부서졌다. 일부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노조는 사장 퇴진 때까지 사무실을 점거하겠다고 밝혔다. 카젬 사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쫓겨났다.
카젬 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노조 간부들이 현관 보안문을 부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임원들의 사무실을 점거했다. 회사의 자산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납득할 수 없는 행위다. 회사는 법적인 절차와 합당한 징계 방법을 찾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GM은 사무실 점거와 집기 훼손에 대해 관할 경찰에 신고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GM 본사가 선정한 우수 협력업체(SOY·Supplier Of the Year)에 선정된 31개 한국 협력업체는 이날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촉구했다.
7년 연속 SOY에 선정된 천일엔지니어링 조환수 대표는 “한국GM이 한국 협력사들의 제품과 기술을 보증해준 덕분에 글로벌 GM에 수출할 수 있었다”며 “인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한국GM이 없어지면 해외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300여 개 한국GM 협력사들의 수출액 규모를 약 2조5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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