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이 영업손실 공동 책임져라”… 압박 수위 높이는 GM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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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글 사장 “차등 감자 않을 것”, 산은 “5000억원 이상 지원 못해”
노조 “GM, 한국 철수 가능성 높아”
20일 노사합의 시한 앞두고 평행선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향후 발생할 한국GM의 영업 손실과 관련해 KDB산업은행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에 한국GM의 실사 자료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것이다.

또 한국GM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도 “GM은 대출로, 산은은 지분만큼 투자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GM이 한국GM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막기 위한 노사 합의 시한을 20일로 못 박은 가운데 노조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와 산은을 상대로 압박 강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 GM “산은이 영업 손실도 부담” 황당 요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13일 산은을 방문해 “향후 한국GM의 영업 손실에 대해 산은이 지분(17.02%)만큼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산은은 “경영 책임은 대주주인 GM에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또 “한국GM에 대한 산은의 지원은 5000억 원이 한계”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GM이 향후 10년간 투자하기로 한 28억 달러(약 3조 원) 중 산은의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영업 손실 일부를 부담하면 그 돈이 GM의 주머니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GM이 한국GM에 이전가격(계열사 간 거래 가격), 연구개발비, 관리비 등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결국 산은의 지원금을 회수해 간다는 것이다.

또 이날 엥글 사장은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27억 달러를 출자 전환하는 과정에서 산은이 요구한 차등 감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은이 지분을 유지하고 싶으면 GM은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대출로 지원하고, 산은은 지분 투자로 지원하자”고 요구했다.

GM이 차입금 27억 달러를 출자 전환하면 산은 지분은 17.02%에서 1%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신규 투자금 28억 달러에 대해 GM은 대출로 지원하고, 산은은 지분 투자를 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산은은 “산은과 GM의 신규 투자는 반드시 같은 조건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GM의 요구를 수용하면 산은은 지분 15% 이상을 보유할 때까지 한국GM의 청산, 인수합병 등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에 거부권을 가질 수 없고, 한국GM은 매년 본사에 이자를 갚아야 해 경영 정상화 속도가 더뎌지기 때문이다. 반면 GM은 대출 만기 때마다 한국GM과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 20일 직후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은 낮아

GM이 노사 합의 시한을 20일로 못 박았지만 정부와 산은은 GM이 즉각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한국GM에 대한 모든 채무가 동결돼 본사 대출금 3조 원도 당장은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법정관리 신청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에 해당돼 산은이 거부권을 갖고 있다.

GM이 20일 시한을 제시한 것은 노조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한국GM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12일 열릴 예정이던 8차 교섭은 폐쇄회로(CC)TV 설치 문제로 이견을 내세우다 결국 파행됐다.

한국GM 노조는 GM이 단계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GM 노조 임한택 지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엥글 사장 발언은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다. GM이 단계적으로는 2, 3년 정도 시간을 두고 한국에서 철수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임 지부장은 “GM이 실제 철수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과 보조를 얻어내려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노조는 GM 측에 한국GM을 살리기 위한 10년 단위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GM이 떠난 적 있는 호주와 우즈베키스탄 사례 등을 보면서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앞서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때처럼 정부와 산은이 직접 노조 설득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금호타이어 협상 때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STX조선해양 때는 성주영 산은 부행장이 노조를 직접 만났다. 하지만 정부와 산은은 이에 대해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강유현 yhkang@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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