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사가 17일 만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재개했지만 또다시 견해차만 확인하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16일 오후 2시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제8차 임·단협 교섭을 다시 열었다. 12일 8차 교섭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회담장 폐쇄회로(CC)TV 설치 문제로 파행됐다. 16일 사측이 CCTV 설치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발 물러섰고, 한국GM 노조가 사측의 안전 확보를 보장한다는 서약서를 쓰면서 교섭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날 2시간 반여 진행된 교섭에서 노사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에 비용 절감에 대한 잠정 합의를 요구했고, 노조는 군산공장 인력 약 680명에 대한 고용보장과 한국GM을 살리기 위한 10년 이상의 계획을 포함한 일괄 타결을 요구했다.
다만 교섭이 끝난 뒤 한국GM 임한택 지부장과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이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과 비공개 면담을 하기로 하면서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김 위원장의 참석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교섭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교섭이었다. 12일(현지 시간) 댄 암만 GM 총괄사장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GM의 구조조정 합의는 20일까지 이뤄져야 하고, 이 기간 내에 노사가 비용 절감에 대한 합의를 내놓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뒤 열린 첫 교섭이었다. 이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임·단협이 타결돼야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법정관리는 사측과 KDB산업은행은 물론 노조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들 모두 기싸움을 하는 모양새다. 임 지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법정관리로 가는 것을 당연히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GM과 산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한국GM을 살리려는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면 임·단협을 타결한들 휴지조각이 돼 버린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은, GM의 선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임·단협 교섭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겠다는 의미다. 산은은 공식적으로 임·단협 교섭을 촉구하진 않고 있지만 노사의 고통 분담이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GM도 산은과 투자 범위 및 투자 방법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GM 측은 한국GM을 지원할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가지고 산은과 출자 전환 방식, 차등 감자 여부, 신규 자금 지원 방식 등에 관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주변 관계자들에게 “산은이 GM의 입장을 잘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한국GM 노조는 교섭에 앞서 제85차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대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노조 측은 금속노조 법률원 관계자를 불러 향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노조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절차가 이어지는 만큼 파업 돌입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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