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 본사가 노사 합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20일을 하루 앞두고도 한국GM 노사 양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노사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GM 본사는 19일 추가 교섭을 벌였지만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양측은 한국GM 군산공장 근로자 약 680명의 전환 배치 문제를 놓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는 즉각적인 전환 배치를 주장한 반면 사측은 단계적 전환 배치를 하되 추가 희망퇴직 시행 및 무급휴직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노사는 20일에도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20일 오후 8시에는 한국GM 이사회가 열린다. 이사회 개최까지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이사회는 법정관리 신청을 의결할 계획이다. 한국GM에 따르면 23일 이후 협력업체 대금 지급이나 사무직 근로자 임금 지급, 희망퇴직자들에 대한 위로금 지급 등이 예정돼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노사와 정부 모두 법정관리는 피하는 게 좋다는 공감대를 가진 만큼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의 다른 관계자는 “극적 타결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산업부는 외국인투자지역을 조기 지정해 주는 ‘카드’를 쥐고 있기는 하다. 산업부는 한국GM이 인천시와 경남 창원시에 각각 제출한 부평공장 및 창원공장 외투지역 신청서를 접수한 뒤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해당 공장이 있는 지역을 외투지역으로 지정하면 GM 측이 협상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도록 압박할 수 있다. 다만 산업부는 노사 합의 전에 정부가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투지역 지정을 받아줬는데, 한국GM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버리면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일회계법인은 20일 한국GM에 대한 중간 실사보고서를 KDB산업은행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한국GM이 미국 본사에서 공급받는 부품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이른바 ‘이전가격’ 문제와 연구개발(R&D) 비용을 부풀린 의혹 등에 대한 실사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GM 본사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GM 지원 규모와 조건 등에 대해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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