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에 7조7200억 원 규모의 지원 방안이 포함된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확정했다. 올 2월 13일 GM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힌 지 약 3개월 만이다.
정부는 GM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고 10년간 한국GM의 최대주주로 남도록 하는 등 협상의 성과가 컸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GM에 대해 GM은 대출 형태로 지원하는 반면 산은은 신규 출자 형태로 돈을 집어넣는 구조여서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든 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많다.
○ 정부·GM이 7조7200억 지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GM의 기존 대출금 약 3조 원 우선주로 출자 전환 △GM이 3조9000억 원 신규 대출하고 8640억 원은 연내 출자 전환 △산은 8100억 원 신규 투자 △5년간 한국GM 지분 매각 제한, 이후 5년간 최대주주(35%) 지분 유지 △외국인 투자지역 신청 반려 등이 담겼다.
정부는 대주주의 책임, 이해관계자 고통 분담, 장기적 경영 방안 마련이라는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이 잘 지켜졌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먹튀’ 방지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다. 한국 경제 전반을 고려했을 때 수출과 일자리 등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GM의 한국GM에 대한 신규 투자 중 3조 원이 본사 대출로 이루어지는 점은 비판거리다. 정부는 협상 초 GM이 한국GM에 대출을 하면 산은도 대출을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산은은 8100억 원 신규 투자를 결정해 향후 한국GM의 경영 상황이 나빠지면 이를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GM이 대출 없이 신규 투자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고 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 대신 정부는 연 4.8∼5.3%였던 GM 본사의 대출금리를 3% 선으로 낮춘 금리를 적용해 한국GM의 이자 부담을 줄였다고 강조했다. 또 본사 대출이 늘어난 만큼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신청을 반려해 사실상 불가 방침을 세웠다.
○ GM 10년 이상 한국에 남을지 미지수
당초 1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5년+5년’으로 쪼갠 부분도 논란거리다. GM은 현재 77%인 한국GM 지분을 2023년까지 유지한다. 이후 2028년까지 지분 35% 이상을 유지하면 언제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GM이 지분 매각 움직임을 보이면 한국 철수설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정부는 GM의 아태지역 본부를 유치하고 충돌시험장을 새로 세우는 등의 조치가 이어지는 만큼 10년 이상 한국에서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GM 경영 정상화가 정부가 당초 밝힌 3대 구조조정 원칙에 맞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화 방안으로 한국GM의 경영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미국 본사가 한국GM에 신차 2종을 배정했지만 판매 부진을 극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은 11일부터 ‘한국GM 협력업체 금융지원 특별상담반’을 한시적으로 가동하고 한국GM 협력사에 대해 특례보증과 대출, 상담 등 지원을 해준다.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 약 300곳의 매출이 1분기(1∼3월) 전년 대비 16.6% 감소하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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