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한국GM 창원공장의 사내하청 근로자 774명(현직 723명과 퇴직자 51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다. 한국GM 경영정상화 협상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해결하라”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고용부 창원지청은 28일 한국GM에 이런 내용을 담은 ‘시정지시 명령서’를 전달하고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을 통한 수사에 착수했다. 한국GM이 7월 4일까지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 원씩 최대 77억4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내하청 근로자란 정규직과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용역(도급) 근로자다. 원청 업체가 공정 일부를 협력업체에 도급으로 주면 협력업체 근로자가 그 공정에서 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과 사내하청 근로자가 섞여 일하게 되는데, 만약 원청 사업주가 사내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면 ‘불법 파견’이다. 이 경우 파견법에 따라 원청 사업주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한 달여간 창원공장을 근로감독한 결과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이 창원공장에 대해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지만 한국GM은 이를 무시하고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번 명령은) 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가까스로 경영정상화를 시작한 한국GM이 또다시 암초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한국GM이 이들을 포함해 부평 등 다른 공장 사내하청 근로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최소 150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GM이 직접 고용 명령을 당장 이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벌금을 내더라도 법적 다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GM 측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하도급 업체 운영을 적법하게 해왔고 2012년에는 고용부로부터 우수 하도급 운영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GM 본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SD란 외국인투자가가 상대국 법령 또는 계약 위반 등으로 피해를 본 경우 국제 중재기관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돼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ISD 대상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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