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고객 실망시키면 신뢰도 추락”… 美 본사 설득해 물량 확대 결정
판매량 2개월째 月1000대 돌파
한국GM의 전기차 ‘볼트 EV’(사진) 판매량이 5월 들어 갑자기 크게 늘어났다. 어찌 된 것일까?
2일 한국GM에 따르면 볼트 EV는 지난달 1621대가 팔리며 5월(1027대)에 이어 두 달 연속 1000대 넘게 팔렸다. 월평균 230여 대에 불과했던 3, 4월 판매량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약 7배로 증가한 것이다.
볼트 EV는 전량 미국 미시간주에서 만들어져 수입되는데, 한국에는 연말까지 월평균 약 400대씩 나눠 들여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GM이 5월부터 한국에 공급하는 볼트 EV 물량을 급격히 늘리면서 판매량도 비례해 늘어났다.
전기차 판매는 일반 차량과 달리 ‘정부 보조금’에 크게 좌우된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예약 고객들이 ‘보조금 혜택 있는 전기차’를 사려고 하지 특정 브랜드의 전기차를 사려 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즉 브랜드 로열티가 없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은 최대 12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보조금 총 규모는 전기차 약 2만 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약 1만 대의 전기차가 팔렸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1만 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정부 보조금이 소진되기 전에 전기차를 생산해 내는 ‘속도전’에 들어갔다.
그동안 GM 본사는 전기차 인기가 높은 미국과 캐나다에 전기차 물량을 집중 배치했다. 한국GM은 후순위로 밀렸다.
이런 상황을 올해 초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GM을 대표해 한국을 방문했던 배리 엥글 GM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바꿔놨다. 엥글 사장은 GM 본사에 “한국이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인데 물량이 없어 사전 예약 고객들에게 전기차를 주지 못하면 GM의 신뢰도는 또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엥글 사장의 설득으로 GM 본사가 물량 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현재 GM은 전기차 인기가 높아지자 전기차 생산량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전기차 업체들도 생산량 증대를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코나 일렉트릭의 출고를 시작한 현대차는 생산 가능 물량(1만2000대)을 3000대가량 늘릴 예정이다. 곧 출시되는 기아차 니로 EV는 예약 고객들에게 차량을 빨리 인도하기 위해 옵션 선택 등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고 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고객 중에는 코나 일렉트릭, 볼트 EV 가리지 않고 일단 예약을 걸어둔 뒤 뭐라도 먼저 받겠다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들 간 전기차 물량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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