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 신설은 KDB산업은행과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5월 한국GM의 경영정상화 합의 이후 다섯 달 만에 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노조는 19일 임시주주총회 장소인 부평 본사의 사장실 입구를 봉쇄하는 등 주총 저지에 나섰지만 사측은 단독으로 기습 주총을 열어 R&D법인 신설 의결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주총 과정의 위법성 등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비토권(거부권)이 있음에도 이를 행사할 기회를 얻지 못했으니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총이 정상적인 절차로 개최되지 않았고 한국GM은 주총 참석 여건 조성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향후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GM 측은 이날 주총 의결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의 지분은 GM 본사 등이 76.96%, 산업은행이 17.02%, 중국 상하이차가 6.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상하이차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해 83%를 확보하고 있어 한국GM 단독으로 주총을 열고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설 법인 설립은 주주가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이르면 22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단 결정에 따라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는 앞서 15, 16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의 78.2%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해 사실상 파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노조 관계자는 “신설 법인으로 이동할 3000여 명이 인사이동을 거부하도록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R&D법인 분리가 사실상 생산 부문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법인을 쪼갠 뒤 한국GM의 생산 기능을 축소하고 R&D 신설 법인만 남겨놓은 채 공장을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GM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잦은 노사갈등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와중에 한국GM이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소용돌이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GM의 누적 적자는 2조5246억 원에 달한다. 올해도 1조 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의 법인 분리 목적과 배경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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