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GM은 로봇택시 ‘크루즈AV’ 내부를 공개했다. 로봇택시는 우버 같은 차량공유서비스와 자율운행차를 결합한 개념이다. 일단은 안전규정 때문에 운전사가 함께 탑승하지만 머지않아 무인 완전자율주행시스템으로 발전될 것이다. 메리 배라 GM 회장은 로봇택시의 이익률이 20∼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제조사인지 택시회사인지는 더 이상 GM의 관심사가 아니다.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가 사업의 판단 기준이다.
▷GM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2008년 파산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뒤 매출 세계 1위라는 목표는 완전히 버렸다. 배라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GM이 특정 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 그 시장을 떠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철수 기준을 수익률 10%로 제시했다. 그 대신 로봇택시,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그 전략 아래 호주 폴란드 등 5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13개 공장의 문을 닫아 본사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19일 한국GM이 GM 측 관계자들만 모인 가운데 주주총회를 열어 생산 법인과 연구개발(R&D) 법인을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수익이 안 좋으면 연구개발 법인만 남기고 생산 법인은 폐업해 버리려는 사전 준비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결정이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들어갔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천시는 GM에 임대 중인 청라주행시험장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노조는 파업도 불사하며 총력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부가 올 4월 한국GM에 8400억 원이나 투자하면서 포함한 지원 조건에는 10년간 한국 공장을 유지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GM이 2대 주주와도 충분한 상의 없이 법인 분리를 밀어붙인 것은 과연 이 조항을 지킬 것인가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수익 우선주의라는 본사의 글로벌 전략이나 2조 원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다가 보조금이 끊어지자 곧바로 철수한 호주 사례에 비춰 보면 이번 법인 설립 강행은 GM이 ‘먹튀’ 의혹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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