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올해 말 한국지엠에 지급키로 한 4050억원의 지급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산은과 한국지엠, 노동조합간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한국지엠의 대주주인 제네럴모터스(GM)가 지난달 19일 산은을 배제한 주주총회에서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를 결정하며 3자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산은 이동걸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지엠에 사측과 노조, 산은이 참여하는 3자간 대화를 공식 제안하며 “산은이 한국지엠에 출자하기로 한 8100억원 중 올 연말 투입될 예정인 나머지 4050억원의 집행은 ‘국민 다수의 요구가 있다면’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그렇게 되면 (한국지엠이) 10년간 한국에서 생산·투자한다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며, 당장 내일 철수할 수도 있다”며 “노조가 그것을 주장하면 정부에 가서 한국지엠의 문을 정말 닫을 것인지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한국지엠과 노조를 동시에 압박해 최근 불거진 사태를 해소하고 한국지엠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산은은 노조와 한국지엠을 상대로 대화와 소송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한국지엠 노조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으며, 한국지엠 GM측 이사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업무상배임 형사고소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노조는 3자간 대화에 조건부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산은은 한국지엠이 노조과 합의할 때까지 남은 지원금 4050억원 지원을 중단하라”고 주장했고, 한국지엠 사측은 노조를 제외한 산은과의 양자간 대화를 역제안했다. 산은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으며, 앞으로의 협상을 앞둔 치열한 기싸움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의 대주주인 GM측은 4050억원이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4050억원 미지급은 계약파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산업부와 GM은 지난 5월 81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한국지엠에 투입하는 대신 향후 10년간 한국을 떠날 수 없도록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GM은 2023년까지 한국지엠의 지분을 매각할 수 없으며, 이후 5년도 35% 이상 1대 주주를 유지해야 한다. GM 역시 출자전환 8억달러(약 9000억원)와 회전대출 등 64억 달러(약 6조8000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산은은 지난 6월 출자키로 한 8100억원 중 4050억원을 집행했으며, 다음달 31일까지 나머지 절반을 집행해야 한다.
산은측이 연말에 약속한 4050억원을 넣지 않을 경우 GM이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경우 한국지엠 근로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한국 철수도 이뤄질 수 있다. 업계는 자금지원이 철회될 경우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지엠의 법인분리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혈세 4050억원을 마저 투입하기도, 공장철수와 국제소송을 감수하고 계약파기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양해각서에 따르면 5년후부터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해 10년 후에는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고, 이 때 다시 정부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며 “한국지엠에 대한 혈세 투입이 근로자에 대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을 감안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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