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군산공장 폐쇄가 1년 7개월 지났다. 불과 지난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정부 및 산업은행의 공적자금 지원, GM 본사의 신차배정, 투자 등을 발판으로 한국지엠은 가까스로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났다.
회생계획안에 포함된 지원금만 산은 8000억원, GM 본사 3조9000억원(직접투자+사업구조조정 비용)을 더해 5조원에 이른다. 이중 산은 지원분 8000억원은 투자가 이뤄졌고 이를 기반으로 창원공장 도장공장 착공, 부평 2공장 트랙스 연장생산 시설투자 등이 진행됐다.
GM의 한국 철수라는 최악은 피했지만 군산 지역경제 파탄 및 납품사들 도산 위기 등 희생을 발판으로 회생의 길을 마련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생존에 관여한 만큼 한국지엠은 GM본사나 노조만의 회사로 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겪고도 한국지엠 노조는 변하지 않았다. 1대(GM본사), 2대(산은) 주주간 기본계약에 근거해 회생작업이 진행 중인데 임금 인상 등 요구를 이유로 3회에 걸쳐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총파업을 준비중인 한국지엠 노조가 사측과 강대강 대결을 지속할 경우 생산차질만 1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군산공장 가동률이 20% 수준에 불과할 때 임단협을 통해 휴무수당을 급여의 80%로 오히려 올리며 공장 폐쇄를 부추긴 과오가 겹친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인 현대차조차 일본 무역보복 등으로 경제위기가 우려되자 귀족 노조, 매국노 노조 프레임을 우려해 무분규 임단협에 합의했다.
한국지엠은 최근 5년간 누적적자만 4조원에 이를 정도로 자금여력이 좋지 않다. 공적자금 지원과 다양한 이해관계자 양보로 살길을 튼 상항에서 고비용·저생산성 문제를 부추기는 파업 강행 움직임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
물론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단체행동에 문제는 없다. 다만 회생계획 이행 과정에서 반복되는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누적되면 다른 나라 공장으로 물량을 뺏길 우려는 있다.
이는 GM본사가 회생계획안을 어기는 게 아니라 애써 찾은 회생의 기회를 노조가 걷어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회생계획을 감시하고 지원해야할 산은이 수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붓고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해외자본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노조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선 전례가 있다.
반면 한국지엠 사태에는 방관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생계획을 밟고 있는데다 매각 등 당장 급한 이슈가 없기 때문이지만 자칫 군산공장 사태가 재현될 경우 헛돈만 썼다는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율·중재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비용·저생산성 한계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정부 및 정치권 역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휘청이는 걸 경험한데다 한국지엠 회생은 더 이상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 등 보여주기식 일자리 창출보다 한국지엠과 관계된 납품사 등 현재 유지되고 있는 고용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장을 세우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보다 생색을 내기 어렵다고 손 놓고 있다간 생산라인을 볼모로 극단상황으로 몰고 간 뒤 요구를 관철하던 과거의 방식이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납품사 어려움은 가중되고 고용 불안에 시달릴 여지가 있다.
북미 공장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 중인 GM본사가 이런 방식에 끌려 다닐지도 의문이다. 다시 군산공장 사태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지엠은 회생계획 이행이라는 특수한 현실에 처했다”며 “이낙연 총리가 임단협 진행 기업들에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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