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稅인상 의지 확인… 투자보류 늘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종부세 개편, 부동산 시장 영향은

“종합부동산세를 올린다고 해도 예상했던 수준이라 급매물을 내놓거나 할 상황은 아니다. 은퇴한 연금생활자가 아니면 세금이 200만∼300만 원 올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서울 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3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권고안이 발표됐지만 부동산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발표된 4가지 개편 시나리오 중 다주택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이 제외되면서 당장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현상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하반기(7∼12월) 대출금리 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 추가 악재로 인한 부담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종부세 강화가 실질적 부담보다 시장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세금 인상 의지를 확인한 만큼 투자를 보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거래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4815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4304건)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한 달에 1건밖에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종부세가 오르면 거래절벽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 인상이나 입주물량 증가 같은 악재와 맞물리면서 집값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KEB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의 분할상환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4%를 넘어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작년보다 16.4% 늘어난 44만9428채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1, 2년 전 주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데다 대출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기존 매물도 적체된 상황에서 추가 매물이 쌓이면 서울 아파트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권고안이 다주택자들을 압박해 물량을 내놓게 할지는 미지수다. 집을 팔자니 양도소득세 강화 때문에 세금이 많이 나오고, 갖고 있자니 종부세 등 보유세가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선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됐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고 해도 8년 장기 임대, 공시가격 6억 이하 주택 등 관련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부동산 증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자산가들은 분산 효과를 위해 자녀나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보유세를 올리면 그만큼 취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재정개혁특위는 지난달 종부세 강화안 토론회에서 “효율성과 형평성을 위해 취득세를 점진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 세금 인상#의지 확인#투자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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