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제동걸린 ‘부자 증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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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재정특위 발표 다음날
기재부 “내년 금융소득종합과세, 임대소득세 강화 어렵다” 반대
김동연 “종부세도 점진적 인상”

정부가 내년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주택 임대소득 과세 기준을 강화하라는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발표 하루 만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실생활과 밀접한 세법을 짧은 시간 내에 많이 바꾸면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박자 늦게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 재정특위가 국민과의 소통 절차를 건너뛴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쏟아내면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달리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이 파악되지 않아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세제 개편에는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금융자산가들에 대한 증세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그 반작용으로 돈이 금융시장에서 부동산으로 흘러나가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재정특위의 논의 과정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원칙에는 찬성하되 중장기 과제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종부세 인상은 시장 영향 등을 봐서 점진적으로 해 나가고 거래세 경감도 고려하겠다”면서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좀 더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 임대소득세 기준을 강화하라는 특위의 권고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소형주택에 사는 1, 2인 가구의 임대료가 늘어날 수 있고 이자에 의지해 사는 은퇴자와 생계형 임대사업자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택 임대소득세 개편안도 내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기재부 세제실장을 통해 이런 의견을 제시했지만 특위는 세제실장도 위원 중 한 사람일 뿐이라며 최종 권고안 작성 과정에서 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와대는 특위 권고안 수용 여부를 기재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정특위의 역할은 권고안을 내는 것에 국한된 만큼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가 세법개정안을 정하면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문병기 기자
#부자증세#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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