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내놓은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은 고가 부동산 투자로 생기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부의 편중 현상을 완화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실수요자의 반발을 감안해 시가 23억 원(과세표준 6억 원) 이하인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은 최소화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종부세 부담을 급속도로 늘리면서 조세 저항이 거세게 일었던 점을 감안한 ‘핀셋 증세’로 풀이된다.
○ 3주택자 타깃 ‘부자 증세’
본보가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에 의뢰해 다주택자 과세를 계산한 결과 공시가격 합산 가액이 33억 원인 3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1000만 원 넘게 늘어났다.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4m²·공시가격 15억 원)와 서울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79m²·공시가격 9억 원), 부산 해운대구 현대베네시티(전용면적 188.41m²·공시가격 9억 원) 등 3채를 소유한 사람의 내년 종부세는 2648만 원이 된다. 이는 현재 종부세액인 1558만 원보다 1090만 원, 재정특위 권고안보다는 654만 원 많은 액수다.
반면 1주택자는 실거래가가 23억 원 이하라면 세율 인상의 영향은 받지 않고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으로 종부세가 소폭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1주택 보유를 부추길 수 있다는 ‘똘똘한 한 채’ 논란에 대해 정부는 “3주택자와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를 동일하게 과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가 1주택 소유자와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은 과세 형평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많은 세금을 내야 자산 및 소득 양극화와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세금 부담을 고려해 공정시장가액비율 추가 인상 여부는 90%를 달성하는 2020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거래세를 인하하고 공시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도 다시 확인했다. 기재부는 “중장기적으로 거래세를 인하할 것”이라면서 “보유세가 낮고 거래세가 높은 비효율적인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실거래가의 65∼70%만을 반영하는 공시가격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 인상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 ‘임대소득세 강화’ 카드 25일 판가름
이번 개편으로 세금이 오르는 사람은 2016년 기준 2만6000명, 전국 주택 소유자의 0.2% 정도가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주택합산가격의 시가가 19억 원, 과세표준 6억 원을 초과하면서 3주택 이상을 소유해 0.3%포인트 추가 과세 대상이 되는 인원은 이 중 1만1000명 정도다. 세수 증대 효과는 7422억 원으로 2016년 종부세 세수 1조2000억 원보다 62%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임대주택 등록을 적극 권유했다. 8년 장기임대로 등록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m² 이하 주택은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6일 “보유 자산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고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해 사업용인 별도합산토지의 종부세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전체 별도합산토지 중 상가, 빌딩 공장 비중이 88.4%”라면서 “세율을 올리면 임대료가 전가되거나 원가가 상승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택 임대소득세를 강화하라는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은 내부 검토를 거쳐 25일 세법 개정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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