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 임대소득자 세금 77만원… 사업자 등록하면 5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5일 03시 00분


[임대소득 과세 강화]‘2000만원 이하 비과세’ 2019년 폐지

정부가 임대소득세를 강화하려는 것은 그동안 세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집주인을 과세 대상에 넣어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임대물량이 늘어나도록 유도해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다목적 카드다. 늘어난 임대소득세를 복지의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달 초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주택 임대소득세 강화를 권고했을 때만 해도 정부와 여당은 “경제에 미칠 영향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이후 당정은 임대소득세 강화로 생기는 이득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연간 임대료 2000만 원에 최대 112만 원 과세

2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됨에 따라 등록 임대사업자와 미등록 집주인이 내야 하는 세금이 달라진다. 현재 국세청은 9억 원 초과 1주택 또는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월세 임대료와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전세 보증금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세법 개정에 따라 우선 2000만 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 14% 세율로 분리과세할 때 적용하는 기본공제금이 달라진다. 등록 임대업자는 400만 원, 미등록 집주인은 200만 원을 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임대소득이 총 2000만 원이면 올해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때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19만6000원의 세금을 내는 반면 등록하지 않으면 112만 원을 내야 한다. 임대소득이 1500만 원일 경우 등록 임대업자는 4만9000원, 미등록 집주인은 77만 원의 세금을 낸다. 임대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세 부담이 등록업자의 16배 수준으로 뛰는 셈이다.

월세와 보증금 일부를 받는 ‘반전세’는 보증금을 간주임대료로 환산한 뒤 월세와 합해 임대소득을 구한다. 본인 소유의 아파트 한 채를 월세 준 뒤 다른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가 있는 세입자도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면 임대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

전세주택에 한해 적용하는 소형주택 특례도 기준이 강화된다. 그동안 면적 60m² 이하,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주택은 전세보증금을 받더라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면적 40m², 기준시가 2억 원 이하여야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1, 2인 가구가 늘며 작은 면적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가령 기준시가 3억 원, 면적 59m²짜리 원룸 2채(보증금 각 2억 원)와 기준시가 10억 원, 면적 112m²(보증금 8억 원)의 아파트 1채를 전세 줬다면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4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소득세는 0원이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세 체계를 단순화하거나 공평하게 과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임대수입 의존하는 은퇴자 반발 가능성

정부가 주택 임대소득세 과세 기준을 강화하는 이유 중에는 주택 임대사업자를 늘리려는 것도 있다. 임대소득에 과세하되 임대 등록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줘 현재 임대용 주택의 약 13%에 불과한 등록 임대주택을 늘리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3개월 연속 월세를 연체하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가 재계약을 원하면 연 5% 이내의 임대료 상승 범위에서 계약을 갱신해 줘야 한다. 세입자는 임대료 급증에 대한 부담 없이 4년 또는 8년 이상 안정적으로 머물 집이 생기고 임대인은 소득세와 양도세, 지방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받는다.

정부로서는 그간 ‘깜깜이 시장’으로 분류돼 온 임대차 시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시장 가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소형주택 기준이 강화되면 작은 평형의 주택을 대거 사들인 뒤 전세를 주고 시세가 오르면 팔아 이익을 챙기는 ‘갭 투자’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갭 투자는 주택 시장을 과열시켜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꼽혀 왔다.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최소 4년 이상의 장기 임대를 줘야 해 단기 매매가 불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당초 가격 기준은 그대로 두고 면적 기준만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시장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가격과 면적 모두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소득에 의존해 온 은퇴자와 영세 집주인들의 반발은 정부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그동안 비과세 혜택을 봤던 상당수의 2주택자들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노후 대비로 소형주택을 마련했던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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