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이 90%에 이르고 치료법도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에볼라 출혈열은 올해 3월 기니에서 발병한 이후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4개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3일 기준 확인된 감염자만 1440명이고, 숨진 사람은 826명에 이른다. 아시아 지역인 홍콩에서도 의심환자가 발견돼 세계적인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참여하는 국제 행사가 국내에서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불안감을 높인다. 서울 덕성여대에서는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고 13일부터는 130여 개국에서 5000여 명이 참가하는 ‘세계수학자대회’가 개최된다.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열리는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미 카메룬 등 아프리카 8개국 31명이 들어왔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어제에야 대규모 국제 행사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국민들이 국제 행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치고서야 관계 부처 합동회의를 열었다. 국제화 시대에 대외 신뢰를 고려해 행사를 취소할 수는 없다 해도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보건당국은 서아프리카에서 입국하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건강상태 질문지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21명 가운데 13명은 증상이 없었고, 8명은 계속 관찰 중이다. 국제 사회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고 6일 긴급회의를 열어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논의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에볼라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서두르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되지 않고 침이나 분비물 같은 체액을 통해서만 전염된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처럼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니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국가적 대비는 완벽을 기할수록 좋다. 국민들도 해당 지역의 방문을 삼가고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 건강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