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리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원지인 서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입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공포감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① 손만 닿아도 전염 가능한가?
손만 닿았다고 전염되지 않는다. 더구나 에볼라 바이러스는 한때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비교된다. 사스는 호흡기를 통해 전염이 되는 반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호흡기가 아닌 코점막, 입안, 눈 등 피부점막을 통해 옮겨진다. 이 때문에 전염 가능성은 사스보다 매우 낮다. 전염성이 낮더라도 환자의 피부에 손이 닿았다면 손을 자주 씻도록 해야 한다. 환자의 체액(침, 혈액, 땀 등)이 묻은 손이 코나 입, 눈 등 피부점막에 닿으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의료진이나 가족들은 환자와 직접 접촉이 많아 감염을 막기 위해 위생 관리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환자 접촉이 없는 일반인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② 아프리카와 인접한 유럽을 여행해도 괜찮나?
올해 에볼라 출혈열이 발생한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은 지난달 31일부터 출국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 현지 보건당국이 철저한 검사를 거쳐 보균자가 아닌 사람만 출국을 허용한다. 에볼라 출혈열의 잠복기가 최대 21일인 점을 감안했을 때 서아프리카의 출국 봉쇄 이전에 출국했다면 이미 증세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유럽 지역에서는 아직 확진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점을 감안하면 유럽 대륙까지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2시간마다 손 씻기 등 예방활동을 철저히 하면 안전한 여행이 가능해 보인다.
③ 동물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근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원숭이, 고릴라 또는 박쥐 등이 의심동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박쥐의 경우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날것 상태로 주식으로 활용하고 있어 박쥐에게 있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생물을 먹을 때 충분히 익히면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섭취 시 감염될 수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이미 죽은 동물이라도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생물이 사망해도 바이러스는 즉시 없어지지 않고 상당 기간 몸 안에서 증식하기 때문이다.
④ 정말 치료법이 없나?
에볼라 바이러스는 현재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없다. 미국 등 일부 의료 선진국에서 연구가 진행됐지만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치료약이 개발됐다고만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해열, 영양주사 등을 통해 병의 악화를 지연시키고 완치가 가능하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면역체계를 직접 공격해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발병 초기에 면역력 저하를 막기 위해 수액 등을 주사하고, 지속적으로 열을 떨어뜨리면 몸 안에 항체가 생겨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의심이 들면 우선 보건당국에 신고해 초기 치료를 서두르는 게 중요하다. ⑤ 미국처럼 환자 국내 이송 가능할까?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의심환자로 분류됐을 경우 본국으로 송환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는 환자와 다른 승객을 격리해서 한국까지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에어앰뷸런스가 없기 때문이다. 또 여객기를 이용할 경우 추가 감염의 위험이 있다. 이송 뒤 동승자들을 대상으로 잠복기간인 최대 21일 동안 추적관찰을 해야 하는 등 비용 및 절차상 부담도 적지 않다. 보건당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할 경우, 현지 치료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확진을 받지 않은 의심환자가 국내 이송을 주장할 경우 정부가 무작정 현지 체류를 강요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현지 의료진과 상의해 이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⑥ 입국자 감시 강화 효과 있나?
현재 보건당국은 입국자 전원에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된 질의서(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게 하고 있다. 증상이 없어도 발생국 입국자는 추적관리 대상이 된다.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고열 증세가 확인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환자가 이 사실을 숨기거나 고열 증상이 없는 의심 환자일 경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더구나 감염 위험이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체류했다가 유럽 중동 등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사람에 대해서도 입국 제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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