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시 34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한 KE906 항공기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입국 현황판에 찍히자 공항 검역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유럽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승객이 많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비행기 밖으로 나오자 검역관들은 이들을 체온 측정 검역대에 줄을 세웠다. 혹시라도 측정을 피해 지나가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승객들이 검역용 열감식 카메라 앞을 차례로 지나갔다. 체온에 따라 카메라 화면이 파랑, 초록,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특히 체온이 기준치(섭씨 38도) 이상 높아지면 사람의 몸 군데군데가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이럴 경우 해당 입국자를 세워 고막 체온을 재는 정밀 검사를 실시한다. 이 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즉시 지정 병원으로 격리돼 진단, 치료를 받는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진태영 팀장은 “평소보다 더 긴장해서 입국자 한 명 한 명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오후 8시 인천공항검역소를 찾아 검역 현장을 점검했다. 문 장관은 “단 한 명의 의심 환자도 그냥 통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검역 절차의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관련 건강상태설문지가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만 표기돼 있어 아프리카에서 오는 승객들이 제대로 설문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프리카 국가 상당수가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5시경 인천에 도착한 코트디부아르 출신 K 씨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는 아프리카 지역 출신은 이 질문지를 받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 등지를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승객에 대한 관리도 허술했다. 본인이 자진해서 건강 이상을 시인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이상 여부 확인이 불가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두바이를 들렀다가 한국에 온 직장인 L 씨(50)는 “마음만 먹으면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고 이 때문에 굳이 건강상태설문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검역대 주변에 냉방시설이 가동되다 보니 체온 측정이 정확하게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공항검역소는 체온 38도 이상인 사람을 걸러내고 있다. 하지만 냉방시설 때문에 체온이 0.5∼1도 낮게 측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체온은 기준인 38도보다 높지만 체온이 낮게 측정돼 검역대를 그냥 통과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임현술 동국대 의대 교수는 “실제 체온과 기계에서 읽히는 온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추후 추적 조사를 통해 이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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