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에볼라에 법석 떨면서, 中-동남아 감염병엔 무심한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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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 유행인데 백신 안맞고 여행… 2014년 14명 옮아와 352명 2차전염
열대지역 말라리아-황열도 위험… 출국 10일전엔 예방주사 맞아야

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우리 국민의 해외 감염병에 대한 예방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걸릴 수 있는 홍역, 뎅기열, 말라리아, 황열 등은 출국 전 예방주사를 맞거나 약만 먹으면 예방이 가능한데도 이를 신경 쓰는 출국자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 씨(40)는 “업무상 1년에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대여섯 번 다녀오지만 한 번도 말라리아나 뎅기열 약을 먹거나 예방주사를 맞은 적이 없다”며 “주변에서도 예방에 신경 쓰는 사람을 못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라이베리아로 출장을 다녀온 한모 씨(45)는 “라이베리아는 황열 필수접종 지역이라 병원에 문의해 보니 최소한 열흘 전에는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했다”며 “출장 지시가 출국하기 사흘 전에 내려와 예방주사 효과는 없었지만 접종 증서가 없으면 입국이 안 돼 그냥 맞고 떠났다”고 말했다.

해외 감염병 중 홍역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에서, 말라리아는 동남아와 가나, 남아메리카 오지에서, 모기로 전파되는 고열성 질환인 뎅기열은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유행하는 전염병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6월까지 해외 출국자는 중국 35만여 명, 홍콩 9만3000여 명, 태국 7만여 명 등.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지난해 2만1836명이 찾았다. 하지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보건소에서 홍역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63만5000여 명이다. 이 중 30%가량은 국내 영유아이며 20세 이상 성인은 1만9000여 건에 그쳤다. 물론 일반 병원 등 민간 의료기관에서 예방접종을 한 사람은 집계되지 않아 실제 접종한 성인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적으로 여행을 위해 예방접종을 하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홍역의 경우 7월까지 410명이 국내에서 홍역 확진을 받았으며, 이 중 14명이 해외에서 직접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외에서 귀국한 사람에게서 전염된 ‘2차 전파’로 홍역에 걸린 사람은 352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은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해 늦어도 출국 열흘 전엔 접종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티푸스, 파상풍, A형 간염 등은 동네 병·의원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말라리아는 예방약을 출국 1∼2주 전부터 주 1회씩 복용하고, 귀국 후 3주까지 먹어야 한다.

확실한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에볼라 출혈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조류인플루엔자, 뎅기열 등의 경우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임현술 동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여행객들이 대체로 치사율이 낮은 감염병의 예방을 소홀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해외여행을 갈 때는 해당 지역에 어떤 감염병이 발생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최지연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홍역#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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