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이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인 라이베리아를 방문하고 한국에 들어온 한국인 2명과 외국인 1명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7일에야 뒤늦게 소재 파악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입국한 사람은 에볼라 증상이 없더라도 잠복기인 21일 동안 추적 관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질병관리본부는 7일 “라이베리아를 방문했다 1일 입국한 한국인 A 씨와 호주인 B 씨, 지난달 25일 입국한 한국인 C 씨가 검역관의 실수로 추적 관찰 대상자에서 빠졌다”며 “7일 이들의 소재를 파악해 추적 관찰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에볼라 의심 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 라이베리아 방문 3명 파악조차 못해
보건당국이 놓친 한국인 A 씨(47)는 6월 27일 사업차 아프리카 라이베리아로 출국해 한 달 넘게 체류했다. 7월 31일 라이베리아를 출발해 케냐에서 대한항공 KE-960편으로 갈아타고 1일 오전 5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시 설문지에 라이베리아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기입했지만 검역관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귀국 비행기들이 몰려서 검역관이 설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A 씨는 귀국 이틀 뒤인 3일부터 설사 증세가 계속돼 인근 대형병원을 찾아 피검사를 받았지만 “염증이 없고 백혈구 수치가 정상이니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닐 거다”는 소견을 들었고 지사제 처방만 받고 귀가했다. A 씨는 “연락처도 남겼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일 A 씨와 함께 입국한 호주인 B 씨, 지난달 25일 들어온 한국인 C 씨의 소재도 7일 오전 파악해 “이상증세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C 씨의 귀국 사실을 알고 있는 A 씨가 정보 공개를 꺼리면서 C 씨의 소재 파악이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이뤄지는 촌극을 빚었다.
이로써 7일 발견된 A, B, C 씨를 포함해서 서아프리카 3국을 방문한 사람은 총 31명이 됐고, 13명은 잠복기가 지나 ‘증상 없음’ 판정을 받았으며, 18명은 현재 추적 관찰 중이다.
○ 인천 검역 시스템 총체적 부실
이번 사건은 보건당국의 에볼라 검역 과정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입국 과정에서 자신이 서아프리카 3국을 방문했다고 밝힌 환자들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현상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38도 이상 고열 증상이 없어 검역대를 무사통과할 경우 보건 당국의 추적 관찰을 받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서아프리카 3국을 방문한 뒤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를 경유해서 한국에 들어오는 사람의 경우 검역은 쉽지 않다. 현재 에볼라 관련 설문지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비행기에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A, B, C 씨처럼 다른 나라를 경유한 승객의 경우 자진신고 외엔 검역이 안 되는 구조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부터 법무부 출입국 관리 기록을 검토해 검역대를 무사통과했더라도 서아프리카 방문 기록이 있을 경우 추후 추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7일부터 건강 상태 질문지를 검역대가 아닌 비행기 출구 바로 앞에서 회수하겠다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익명의 한 보건 전문가는 “사실상 에볼라 의심증상을 가지고 있어도 본인이 밝히기를 꺼리거나 고열만 아니면 입국장을 그대로 통과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가능성이 낮지만, 이런 시스템에서는 에볼라 잠복기인 사람이 벌써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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