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김덕중 전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을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으로 발령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검역 현장을 지휘 통솔할 책임자를 다른 곳으로 인사조치 한 것. 아직도 적절한 책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복지부는 임시로 정충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에게 인천검역소장 직무대리를 맡겼다. 하지만 충북 오송에 위치한 질병관리본부와 인천공항을 오가며 검역업무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한의약정책관 자리는 공모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이전부터 공모가 진행돼 발령을 늦출 수 없었다. 현재 업무 공백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뿐 아니라 복지부 내부에서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고급 정보를 면밀히 살펴 국내 검역 현장에 적용하고, 복지부 등 상급 단체의 주문을 받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소장을 사실상 공석으로 만드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반드시 소장 공석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보건당국이 라이베리아를 방문하고 1일 입국한 한국인 A 씨와 외국인 B 씨, 지난달 25일 입국한 한국인 C 씨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가 7일에야 뒤늦게 소재 파악에 나선 것. 이들에게서 에볼라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칫 의심 증세라도 있었다면 엄청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검역 공백이 심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기관의 수장 없이 직원들의 업무 긴장도가 과연 제대로 유지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더구나 리더십 부재로 업무 과부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인천공항은 검역관 40명이 3교대로 10∼13개 검역대를 8시간씩 맡고 있다. 검역관 1명 또는 2명이 검역대를 책임지고, 건강 설문지를 확인하고, 열감지 카메라까지 지켜봐야 하는데 업무 과중으로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에볼라 공포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후임자를 구할 수 없다면 인사를 한두 달 연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까? 부처의 인사와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 유입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사안일까? “때가 돼서 한 것뿐”이라는 식의 복지부 해명은 너무도 한가하고 태평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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