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아프리카 확산차단 위해 파견계획… 현지인과 접촉 불가피해 위험 노출
학교-건물폐쇄 ‘묻지마 공포’ 확산… 오바마, 조정관 임명 등 저지 총력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확산 저지 임무를 위해 파견될 미군 4000여 명이 에볼라 사태의 또 다른 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18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미 보건당국이 서아프리카에 파견될 미군에 대한 추가 방역 체계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만약의 경우에 이들이 감염돼 귀국하면 미 전역으로 흩어져 에볼라 ‘숙주’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매체인 데일리비스트는 “미군이 파견 전에 육군 전염병연구소(USAMRIID)에서 받는 에볼라 교육이 보호 장비 착용, 탈의, 오염 제거 등 기초 지식에 그치는 데다 교육 시간도 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파견 병력 중 일부는 라이베리아의 한 연구소에서 이뤄지는 에볼라 검사를 지원하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높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미 라이베리아로 파견된 병력 500여 명의 안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호텔과 정부 건물 내부에 머물고 있지만 현지 운전사를 고용하는 등 불특정 다수의 현지인을 접촉할 수 있다는 것.
데버라 맬럭 주라이베리아 미국대사는 17일 하원 청문회에 화상전화로 출석해 “군 병력을 포함해 라이베리아에 있는 미국인들이 조심하고 있지만 현지인과 악수하고 접촉하는 일은 피할 수 없다”며 “일단 씻고 또 씻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매년 감기로도 수천 명의 미국인이 사망한다”며 “에볼라로 공포나 히스테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에볼라 사태 총괄 조정관으로 론 클레인 전 조 바이든 부통령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에볼라는 통제 가능하다’며 국민의 동요를 막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묻지 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7일 미 국방부 주차장에서 한 여성이 구토 증세를 보이자 국방부는 한동안 정문과 주차장을 폐쇄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에볼라와 상관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텍사스, 오하이오 주처럼 직접 영향권이 아닌 지역도 공포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 워싱턴 인근의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청은 17일 관내 학교의 학부모들에게 통지문을 보내 학생이 고열이나 구토 증세를 보이면 즉각 교육청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 에볼라 사태 초기 대응 상황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에 앞서 AP통신은 “에볼라 사태 대응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람이 재난의 징조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내용의 WHO 내부 보고서를 보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