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1일(현지 시간)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小頭症) 아기가 태어날 수 있어 감염자가 많은 남미 국가들은 패닉에 빠졌다. 지적장애나 뇌성마비 등을 불러오는 소두증 신생아가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일각에선 8월 브라질 리우 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취소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어른도 신경체계 파괴로 몸이 마비되는 길랭바레 증후군이 생길 수 있는데 백신도, 치료제도 아직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어제 ‘지카 바이러스 위기평가 및 대책회의’를 열고 국내에는 아직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감염병 위기단계를 가장 낮은 ‘관심’으로 유지하고 있고, 모기가 활동하는 5월 이후에도 대규모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감염 의심사례로 신고된 5건 중 3건은 음성이고 2건은 검사 중이라니 국민은 불안하다. 한국인 관광객들과 기업인들이 자주 찾는 태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토착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들 지역에 간 관광객 또는 기업인이 감염돼 들어올 수 있어 방심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는 기온이 오르면 지카 바이러스 모기의 국내 유입이 확실하다고 했다. 컨테이너나 수입 목재와 함께 들어오면 말라리아모기처럼 토착화할 위험까지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학 원론’ 수준의 느슨한 대응으로는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급증한 시점에 보건복지부는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예방지침을 내려 손가락질을 받았다.
인천과 김포국제공항 등 입국의 최전선을 지켜야 할 인천공항검역소장은 두 달째 공석 상태다. 고위공무원단 정원을 늘리지 않아 인사를 못 한다니 정부의 안일한 자세에 한숨만 나온다. 신임 질병관리본부장은 공석 한 달 남짓 만인 어제야 임명됐다. 대책회의에는 메르스 대응 부실로 징계를 기다리는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핵심 당국자들이 참석했다. 징계를 앞둔 이들이 일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어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최악을 가정해 방역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부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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