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환경문제에 ‘지카’ 직격탄… 리우올림픽 역대 최악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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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년 만에 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다치주카 지역의 골프 코스. 2개의 인공 호수가 4개 홀과 접해 있다. 워터 해저드로 쓰일 인공 호수는 모기들의 주 서식지이기 때문에 선수나 갤러리가 모기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출처 국제골프연맹 홈페이지
112년 만에 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다치주카 지역의 골프 코스. 2개의 인공 호수가 4개 홀과 접해 있다. 워터 해저드로 쓰일 인공 호수는 모기들의 주 서식지이기 때문에 선수나 갤러리가 모기의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출처 국제골프연맹 홈페이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6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올림픽이 지카 바이러스 충격으로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우 올림픽은 그동안 브라질의 재정 위기와 환경오염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 왔다. 여기에 세계를 ‘신생아 소두증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라는 직격탄까지 맞아 올림픽 개최마저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몰리게 됐다. 1896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근대 올림픽이 취소된 것은 1916, 1940, 1944년 등 세 번으로 모두 세계대전이 이유였다.

지카 바이러스로 브라질의 재정 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반등이 예상됐던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반면 올림픽 기반 시설 건설비용은 계획보다 크게 늘어 개막에 맞춰 경기장을 완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환경오염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조정, 요트 등 수상 경기가 열릴 구아나바라 만은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의 생활하수로 인한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지난해 5월 브라질 환경부 장관이 직접 물에 뛰어들어 수영하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8월 이곳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이 고열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 신세를 졌다.

112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골프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선수들의 불참 선언을 걱정할 형편에 놓였다. 골프 코스에 조성된 2개의 인공 호수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숲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가임기의 여자 선수들은 출전 자체를 두려워할 가능성이 높다. 타이 보토 국제골프연맹 부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보건기구(WHO)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노력하고 있다. 모기 퇴치제의 공급과 연못에 대한 방역 작업도 한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는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림픽 출전이 올해 최대 목표인데 안전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올림픽은 별다른 문제없이 좋은 환경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가국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 올림픽위원회는 임신했거나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자 선수와 스태프는 브라질 전지훈련과 올림픽 참가를 자제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 기간 임신부들의 브라질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 특수’는 벌써부터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 체육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양궁협회는 2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양궁 대표팀의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11일까지 현지에 머물 예정이었던 대표팀은 4일 귀국한다. 전지훈련에는 기보배(광주시청), 김우진(청주시청), 오진혁(현대제철) 등 선수단 22명이 참가했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선수단 구성은 7월에야 확정되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건 why@donga.com·김종석 기자
#브라질#지카바이러스#리우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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