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큰 흰줄숲모기가 국내에서는 제주도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기온이 높고 수풀이 우거진 환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이 모기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없고 채집된 전체 모기 중 비중이 낮아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 제주, 4마리 중 1마리가 흰줄숲모기
질병관리본부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에게 제출한 ‘2013∼2015년 모기 채집 결과’에 따르면 전국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 거점센터 22곳에서 채집된 흰줄숲모기 7984마리 중 4298마리(53.8%)는 제주에서 발견됐다. 그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 대구(791마리) 대전(551마리)과의 격차도 상당했다. 2014년에는 채집된 흰줄숲모기 3414마리 중 제주에서 나온 것이 무려 3099마리(90.8%)였다.
이 기간 전체 모기 대비 흰줄숲모기 발견 빈도는 제주지역이 4마리당 1마리꼴로 전국 평균(100마리당 1마리)보다 훨씬 높았다. 모기의 활동반경이 대체로 산란된 장소로부터 4km 이상 벗어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는 흰줄숲모기가 주로 번식하는 국내 ‘주둔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풀이 많으면서 따뜻한 제주의 특성이 흰줄숲모기의 산란에 유리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보건당국은 조사 기간 전국에서 채집된 모기 71만9447마리 중 흰줄숲모기가 1.1%에 불과했다는 점, 이 중 단 한 마리에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제주 여행을 기피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주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숲모기도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흰줄숲모기는 이집트숲모기와 함께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종으로 분류된다.
웨스트나일열(뇌 손상을 일으키는 뇌염의 일종)을 옮기는 금빛숲모기와 빨간집모기는 충남(10만2089마리)과 전북(1만2096마리)에 가장 많았고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중국얼룩날개모기가 포함된 얼룩날개모기류는 충남(6만1452마리)에서 주로 발견됐다.
○ 모기 잡는 살충제 출시 10년 넘어
정부는 지카 바이러스 유행을 막기 위해 모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4월 이후 전국적으로 특별방역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음 허가받아 살충제를 출시한 이후에는 성분을 재평가받는 제도가 없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이 주로 사용하는 살충제는 처음 나온 지 10년 넘은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어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기는 생애주기가 짧아 살충제에 대해 빠르게 내성을 갖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G살충제는 2005년에 처음 출시됐다. 생산량 5위권 내 제품 중엔 1995년에 출시된 것도 있다. 문제는 살충제의 주요 성분을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 모기가 10년 새 해당 성분에 저항성 유전자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연구팀이 1992년과 2010년 광주에서 채집한 빨간집모기의 살충제 저항성을 비교한 결과 현재 방역당국이 주로 사용하는 성분인 ‘델타메트린’과 ‘에토펜프록스’에 대한 저항성이 각각 385배, 224배나 증가했다. 1992년엔 빨간집모기 90% 이상을 죽이는 데 에토펜프록스의 농도가 0.053ppm(1kg에 5mg가량이 들어 있다는 뜻)이면 충분했지만 2010년엔 11.876ppm이어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농약이 첫 출시 후 10년마다 재허가를 받는 점을 고려하면 살충제는 최소 5년마다 방제력을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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