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비상속… 메르스 홍역 치른 삼성서울병원의 달라진 응급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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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바코드 출입… 보호자도 마스크

11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내부. 마스크를 쓴 채 일하는 의료진들과 벽으로 나눠진 1인 병상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보인다(맨위 사진). 진료실은 환자의 바코드 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도록 관리가 강화됐다(맨아래 사진).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1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내부. 마스크를 쓴 채 일하는 의료진들과 벽으로 나눠진 1인 병상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보인다(맨위 사진). 진료실은 환자의 바코드 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도록 관리가 강화됐다(맨아래 사진).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환자 외에 보호자분도 최근에 37.5도 이상 열이 난 적이 있으십니까?”

설날 당일인 8일 새벽,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경비원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최근 지카 바이러스 발병 국가를 다녀온 적이 있는지, 발열 현상이 있었는지 등을 물으며 문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읽도록 권고했다.

응급실 내부에는 안내데스크 및 접수 대기실이 치료공간과 따로 분리돼 있었다. 과거 접수창구와 치료병동이 모두 오픈된 공간에 함께 있어 응급실 상황이 그대로 노출됐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복도마다 붙어있던 간이침대는 물론이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환자나 가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곳곳에는 손 세정제와 마스크가 비치돼 있었고 병원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보호자들도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 메르스가 바꿔놓은 응급실

“시저(seizure·발작)예요. 빨리 처치실로!”

의료진의 다급한 외침 속에 온몸을 덜덜 떨며 경련을 일으키는 6세 여아를 안은 여성이 뛰어 들어왔다. 링거액 주사 등 응급처치가 취해진 뒤 잠든 아이를 1인 병상에 옮겨 눕히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 환자가 아니면 ‘응급실보호자’라는 스티커를 붙여야 출입이 가능했다. 스티커가 없는 사람을 본 간호사가 “환자당 보호자는 한 분만 가능하니 다른 분은 나가달라”며 내보냈다.

병상은 모두 1인 구역으로 나뉘어 벽으로 막혀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얇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거나 아예 노출됐던 병상들이다. 치료병동으로 들어가는 문은 예진을 끝낸 환자의 바코드 밴드를 갖다 대야 열렸다.

새로 설치한 칸막이와 음압병동 신설 공사 때문에 응급실 규모는 기존보다 작아졌고, 병상 수도 56개에서 39개로 줄었다. 그러나 크게 북적거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환자 수가 기존의 80%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응급실 내 대기시간을 6시간으로 제한한 운용 시스템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응급환자의 상태를 신속하게 진단하고 입원 병실이 있는지 파악하고 없을 경우 주변의 다른 병원으로 이송이 가능한지 등을 체크해 6시간 내에 응급실을 떠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병실이 나기만을 기다리며 사나흘씩 응급실에 머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새로운 시험대, 지카 바이러스

올해부터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는 등 관련 의료정책도 바뀌었다. 응급실 이용료는 기존의 3만3000원에서 4만9000원 수준으로 50%가량 올랐다. 종합병원 응급실을 동네의원 가듯 쉽게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비용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응급실 감염관리 강화를 비롯한 종합 감염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후속 조치들이다.

응급실 관계자들은 한사코 인터뷰를 피했다. 메르스 사태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 있는 분위기였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과징금 제재도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서는 조용히 일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공기나 사람의 접촉으로 옮지 않는 바이러스이지만 혹시라도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나서는 안 된다는 것에 모두가 절박하게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지카 바이러스#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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