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염병 핵심대책으로 구축… ‘지카 발생국 방문자’ 경고 메시지
병원이 SW 업데이트 안해 못받아
정부가 지카 바이러스의 핵심 대응책으로 내세운 ‘스마트 검역’ 시스템이 첫 한국인 환자 A 씨(43)의 초진 당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거액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일선 병원 현장까지 제대로 연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 검역은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했던 여행객이 공항 검문대를 통과할 때 발열을 체크하고, 이들이 의약품을 처방받으면 진료 과목과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의료진에 “발생국 방문 이력이 있으니 증상을 눈여겨봐 달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전체 스마트 검역을 구축하는 데 지난해 55억6500만 원, 올해 127억8400만 원이 투입됐고, 이 중 5억 원가량이 ‘처방 시 경고 메시지 발송’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그런데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 선린의원은 스마트 검역에 사용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는데도 18일 박모 원장이 A 씨를 초진했을 때 경고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이 병원은 DUR 프로그램을 올해 1월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했는데,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 정보가 DUR 시스템에 추가된 것은 지난달 16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A 씨가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야 프로그램을 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의료기관이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제때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공들여 만든 검역 체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전국 병·의원이 사용하는 DUR 프로그램의 종류는 400개가 넘고, 작동 방식도 조금씩 달라 신종 감염병 정보를 일사불란하게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프로그램 중에는 경고 메시지가 뜨지 않도록 설정하거나 DUR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도록 ‘종료’ 버튼 기능이 탑재된 것도 있다. 의료진이 DUR를 사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제도의 허점이다. 당국은 지난해 DUR 사용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병·의원이 따로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 정보가 자동으로 반영되는 게 정상인데 뭐가 문제였는지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던 A 씨는 이날 오전 발열 발진 등 모든 증상이 사라져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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