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오산시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23일 “지카 바이러스 유행국을 여행했던 환자가 내원하면 이를 의료진에게 알리는 스마트 검역 시스템에 대해 아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한 종합병원·의원 20곳 중 19곳의 의료진은 이처럼 ‘스마트 검역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메시지 전송에 사용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프로그램을 3개월 내에 업데이트한 적이 있다고 답한 병·의원은 한 곳도 없었다. 10곳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프로그램인지, 언제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병원장은 “프로그램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유지보수 업체가 오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 검역 시스템은 지난해 6월 메르스 발생국 여행객 감시를 위해 처음 등장했을 때 부처 간 협업과 첨단 정보기술(IT)의 결정체로 주목받았다. △법무부와 관세청 자료를 활용해 감염병 발생국에서 직항해 온 여행객뿐 아니라 경유지를 거쳐 온 사람들까지 포착하고, △이들이 적어낸 입국일과 인적사항을 외교부와 협조해 DUR 시스템에 입력하면 △해당 여행객이 의약품을 처방받을 때 0.4초 이내에 의료진의 PC에 경고 메시지를 띄워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은 여러 관계 기관에 흩어져 있는 출입국 정보와 의약품 처방 기록을 한데 묶고 관련법을 개정했다.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공유될까 봐 귀국 후 2주(지카 바이러스 잠복기)가 지나면 해당 정보가 서버에서 삭제되도록 하는 세심한 조치도 곁들였다. 현재 스마트 검역이 적용되는 바이러스는 메르스와 지카 두 가지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스마트 검역을 핵심 대책으로 꼽으며 “해외 로밍 기록까지 활용해 연말까지 검역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힌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이 이러한 검역 체계를 정확히 알고 활용하도록 당국이 유도하지 않으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본플러스병원장)는 “협회 일로 당국과 자주 접촉하는 나조차 몰랐는데 동네 병·의원들이 과연 지카 바이러스에 스마트 검역을 적용했는지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에 의료기관들의 DUR 시스템이 최신 버전인지 점검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국 의료기관 7만1153곳 중 DUR를 설치한 곳이 7만741(99.4%)곳에 이르지만 정작 의사가 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과태료를 물거나 행정처분을 받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지카 바이러스를 스마트 검역 대상에 포함시킨 뒤 발생국 방문 환자 2750여 명의 정보가 의료기관에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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