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성인 뇌에도 이상을 일으켜 운동 능력이나 시력, 기억력에 장애를 입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카 바이러스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11일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브라질 헤시페병원의 마리아 페레이라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 6명을 추적 조사해 운동 신경과 시력 등에 이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성 뇌신경 이상’ 증상이 나타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15~21일 미국신경학회(AAN) 연례 총회에서 관련 논문을 발표한다.
연구팀은 환자 6명 중 5명은 퇴원 때 운동 기능에 이상이 남아 있었다며 이 중 1명은 시각 장애, 다른 1명은 기억력 및 사고능력 장애도 겹쳤다고 밝혔다. 페레이라 박사는 “지카 바이러스가 이런 뇌신경 손상의 분명한 원인인지는 더 연구해봐야 한다”면서도 “지카 바이러스가 알려진 것과는 또 다른 영향을 뇌에 미친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앤 슈챗 부소장은 11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임신 기간을 더 길게 관찰했을 때 소두증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선천적 장애와 연관돼 있다”며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라고 말했다. 미 국립보건원 알레르기·전염병 센터의 앤서니 포시 소장도 “지카 바이러스는 아직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은 매우 특이한 균”이라고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발병한 이후 현재 150만 명으로 늘었다. 북반구 여름철이 다가옴에 따라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CDC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에서 미 본토로 북상해 현재 50개 주 중 30개가 감염 위험지대에 놓여 있다.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대를 여행하고 돌아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은 11일 346명으로 이 중 32명은 임신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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