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감염자 친형… 입영뒤 확인
軍, 동생 확진 통보 받고서야 검사… 전문가들 “방역 체계 허점 드러내”
국내 두 번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20)의 친형 K 씨(21)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군에 입대한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감염 사실을 입영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뒤늦게 확인한 것을 두고 방역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K 씨는 동생과 함께 10∼14일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인 필리핀을 여행한 뒤 26일 경기 북부지역의 한 부대에 입대했다. K 씨 동생의 발열·발진 증상을 진료한 서울 상계백병원이 관할 보건소에 의심 신고를 한 지 사흘이 지난 때였다. 하지만 해당 부대는 K 씨에게 ‘최근 감염병 발생국을 방문했는지’ 등을 묻지 않은 채 입영 처리했고, 동생과 달리 의심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K 씨는 다른 신병들과 함께 생활관(내무실)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이튿날인 27일 오후 질병관리본부가 K 씨 동생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보하자 군은 부랴부랴 K 씨를 병원으로 옮겨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고, 29일 오전 타액과 소변에서 지카 바이러스 양성 사실을 확인했다. 군은 현재 K 씨를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 관찰하고 있다.
군 당국은 K 씨의 혈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K 씨의 생활관 동기들이 전염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를 입영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은 방역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K 씨처럼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은 ‘숨겨진 감염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발열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방문한 여행객을 표본 조사해 ‘무증상 감염자’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측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흰줄숲모기’가 서귀포, 진주, 청주 등 3곳에서 올해 처음으로 발견됐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