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의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55·사진) 박사는 10일 수감 중인 랴오닝(遼寧) 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서 부인 류샤(劉霞) 씨를 면회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류샤 씨는 “남편은 수상자 발표가 난 이튿날인 9일 교도소 관계자에게서 수상 소식을 들었으며 이날 대화를 나누면서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류샤 씨가 남편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 등은 류샤 씨의 트위터를 통해 외부로 전달됐으며 친구이자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왕진보(王金波) 씨에 의해 확인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류 박사는 “노벨상은 톈안먼 사태에서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비폭력적인 영혼들에게 바쳐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의 베이징(北京) 지부 관계자가 류샤 씨의 트위터 내용을 인용해 전했다. 류샤 씨는 8일 노벨 평화상 발표 직후부터 전화가 끊겼으며 외부와의 접촉도 차단됐다. 그는 경찰의 감시와 호위 속에 격리된 채 진저우의 감옥으로 가 남편을 면회했다.
류샤 씨는 10일 오후 9시경 올린 트위터 글에서 “형제자매님들, 나는 막 집으로 돌아왔다. 8일부터 가택연금 상태에 있어서 언제 여러분을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휴대전화는 파괴돼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가 없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도와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적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단체 ‘프리덤 나우’에서 활동하는 운동가이자 톈안먼 시위에 참여했던 반체제 인사 양젠리(楊建立) 씨는 10일 밤 성명을 통해 “류샤 씨가 큰 압력을 받고 있다”며 “세계의 지도자들이 중국 정부가 자행하는 수치스러운 행위를 비판하고 류샤 씨가 즉각 조건 없이 가택연금에서 해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 문학가 그룹인 국제펜클럽(PEN)은 이날 홍콩, 호주, 필리핀, 뉴질랜드 회원을 대표해 “류 박사를 석방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류 박사는 국제펜클럽 중국 본부 회장을 지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톈안먼 지명수배자’ 리루 최근 방중 ▼ 버핏과 전기차社주총 참석… 中, 경제이익 감안 눈 감은듯
1989년 6월 톈안먼사건에 참가해 지명수배를 받아온 미국 체류 중국인 사업가가 최근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톈안먼 사건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류샤오보 박사가 중국에서 수감 도중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최근 선정된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의 펀드매니저 리루(李路·사진) 씨가 지난달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에 있는 중국 전기자동차 회사 ‘비야디(BYD)’를 방문했다고 11일 전했다. 리 씨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 그가 지난달 버핏 회장과 함께 선전에서 열린 비야디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 씨는 비야디를 버핏 회장에게 소개해 거액의 투자를 이끌어 냈고 자신도 비야디 주식의 2.5%를 가진 주주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톈안먼 사건 이후 국외로 도주한 그를 지명수배하고 이를 해제하지 않은 것. 하지만 리 씨는 이번에 미국 여권으로 중국 정부의 특별 방문비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그의 방중이 언론에 부각되는 것을 막았다. 외국 기자는 행사장에 참석할 수 없었다. 중국 기자는 행사장에서 버핏 회장은 사진촬영을 할 수 있었으나 리 씨 촬영은 금지됐다. 광둥 성 선전부는 또 리 씨에게 눈에 띄게 행동하지 말도록 주문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뿐만 아니라 그동안 리 씨가 종종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앨버타대 중국연구소 장원란(姜聞然) 교수는 “중국 정부가 톈안먼 사태 참가자 가운데 활동하지 않으면 내버려둔다는 정책을 세운 것 같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특히 리 씨는 몇 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회사 중 한 곳을 운영할 수 있는 중요 인물”이라며 “중국 정부는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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