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처칠도 회고록으로 1953년 문학상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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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美가수 밥 딜런]노벨상 이변의 역사
스웨덴 한림원 시대 변화 반영… 작년엔 저널리스트가 이례적 수상

 가수 밥 딜런의 이름은 발표 당일 영국의 도박사이트 래드브룩스의 유력 후보 순위 10위 안에 갑작스럽게 들어왔다. 수년 전부터 후보로 언급되긴 했지만 작가가 아니라 가수가 본업인 인물이었기에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딜런의 이름이 불리자 스웨덴 한림원 본부에 모여 있던 기자와 청중 사이에선 처음에 박수와 환호성과 휘파람이 함께 나왔으나 의외의 결과라는 듯 웅성거림이 한참 이어졌다.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노벨 문학상은 2년 연속 이변을 연출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8)는 저널리스트였다. 노벨 문학상의 수상 자격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시인과 소설가에게 주어졌기에 알렉시예비치의 수상은 이례적이었다. 그는 ‘목소리 소설’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장르를 만들어낸 작가다. 작품마다 500∼700명을 인터뷰한 뒤 이를 재구성해 논픽션 형식으로 썼다. 앞서 1953년 수상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수상도 이변이었다. 처칠의 회고록인 ‘제2차 세계대전’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치인이 본업이었던 처칠 자신도 수상 소식에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딜런이 종종 후보로 거론된 데 대해 “노벨상과 관련한 가장 오래된 농담 중 하나로 여겨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림원은 이 ‘농담’을 현실화하면서 “그가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고 평했다.

 딜런의 선정에 대해 의외와 충격이라는 반응이 많지만 스웨덴 한림원이 시대 흐름에 맞춰 ‘소통’을 중시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는 “문학에 대한 새로운 요구, 문학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최근 수년간 독자와 문학이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부상했는데 이런 맥락에서 밥 딜런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에도 한림원은 원래의 가치를 고수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알렉시예비치가 선정됐을 때도 한림원은 그의 작품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한림원은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딜런의 가사에 담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조명함으로써 가치를 지킨 셈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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