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페터 한트케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극찬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77)는 매년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됐던 작가다. 파격적인 문학관과 독창성으로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다. 독일 문단에서는 이단아와 같은 존재다. 언어는 단순한 의미 전달 도구 이상이라는 것이 그의 작품 속 주장이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73)는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페터 한트케다”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한트케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의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건강 악화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비관하여 자살했다.
그라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이 출간되자 학업을 중단했다. 그해 전후 독일 문학계를 주도하던 ‘47 그룹’ 모임에서 파격적인 문학관으로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첫 희곡 ‘관객 모독’을 발표, 연극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매번 새로운 형식을 고안해내는 그의 독창성은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다.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소망 없는 불행’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희곡 ‘카스파’, 예술 에세이 ‘어느 작가의 오후’ 등을 발표했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대본도 썼다. 그의 작품들은 유명한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자신이 직접 연출을 하기도 했다. 독일어권의 주요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역대 최연소(31세)로 수상했다. 프란츠 카프카상, 실러상 등을 받았다. ◇국내에 출간된 한트케의 주요 작품.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안장혁 옮김, 문학동네, 2011년 02월 25일 출간) 젊은 오스트리아 남자가 종적을 감춘 아내를 찾으러 미국 전역을 횡단하는 모험 가득한 이별 이야기다. 그의 대표적인 성장소설로 평가받는다.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 싶지는 않으니까”라는 ‘짧은 편지’ 한 통과 함께 시작된다. 주인공은 편지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아내가 닷새 전까지 머물던 뉴욕으로 찾아간다. 작가인 일인칭 화자는 미국 여행을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윤용호 옮김, 민음사, 2009년 12월 11일 출간) 한트케의 장편소설이다. 한때 유명한 골기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던 중 자신이 해고당했다고 착각하고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불안을 느끼다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만다. 요제프 블로흐의 심상에 대해 중점적으로 탐구나가면서, 사회와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불안과 공포가 불러일으킨 극단적 범죄에 대해 다뤘다.
◆관객모독(윤용호 옮김, 민음사, 2012년 11월 30일 출간) 한트케의 초기 희곡 ‘관객모독’은 1966년 초연 때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오늘날까지 널리 공연되고 있다. 새롭고 독창적인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간, 장소, 행위의 통일, 그리고 감정 이입과 카타르시스 같은 전통적 연극의 요소들을 뒤엎고 내용과 형식에서 분리된 언어 자체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 작품은 어떤 사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거나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대신, 오직 ‘언어’에 집중하고 있다. 무대 위 등장인물은 배우 넷뿐이고, 줄거리나 사건도 없다.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직접 말하고 배우와 관객, 무대와 객석, 연극과 현실 사이의 경계는 사라진다. 급기야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음으로써 현대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조롱하고 풍자한다.
◆어느 작가의 오후(홍성광 옮김, 열린책들, 2010년 06월 30일 출간) 1987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12월의 오후에 ‘작가’가 바라본 외부 세계를 그리고 있다. 첫눈이 내릴 뿐 특별한 사건이라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 짧은 이야기에서 독자는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묘사, 그 묘사가 드러내는 작가의 감정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가 산책길에 만난 사물들, 풍경들, 사람들을 통해 한트케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한트케식 글쓰기(정확한 관찰, 감정이 이입된 묘사, 시적 사유의 아름다움)의 표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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