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동쪽 시리아 땅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기 직전인 23일 오전 4시 반 홍해와 아라비아(페르시아) 만에 있던 미군 전함 알레이버크와 필리핀시에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47기가 발사됐다. 몇 분 뒤 시리아 북부도시 락까 상공에서 붉은 섬광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미국과 아랍 5개국 연합군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본거지 공습을 단행한 순간이었다.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공화·텍사스)은 성명을 내고 “IS를 격퇴하려면 시리아에 있는 ‘뱀의 머리(IS 본거지)’를 잘라내야 한다”며 지지했다.
○ 시리아 내 IS와 호라산 그룹 타격
미군 중부군사령부의 공격 명령에 따라 아라비아 만에 있던 조지 H W 부시 항공모함 전단에서도 F-16, F-18 전투기와 B-1 폭격기, 무인기가 일제히 발진했다. 인근 아랍 국가들의 공군기지에서 날아오른 미 공군 폭격기와 전투기들도 가세했다. 스텔스 기능이 뛰어나 IS의 방공망을 피할 수 있는 F-22 랩터 전투기도 첫 실전에 참가했다. ‘프레데터’를 비롯한 무인기도 동참했다.
약 90분 동안 진행된 연합군의 첫 시리아 공습은 락까 지역 일대의 20여 개 목표 지점을 강타했다. 락까 외에도 데이르에즈조르, 알하사카, 아부카말 등에도 총 14차례 공습이 단행됐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날 IS의 시리아 내 거점 50여 곳이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IS의 지휘본부와 병사들의 숙영지는 물론이고 무기창고와 연료저장소, 훈련소 등 주요 군사시설과 금융기관 우체국 등이 폭격당했다.
CNN은 미군이 시리아 서부의 알레포 지역을 단독으로 여덟 차례 공습했다고 전했다. 이곳은 알카에다와 연계한 새로운 테러조직인 ‘호라산 그룹’의 근거지로 지목돼 왔다. 호라산은 ‘해가 뜨는 나라’라는 뜻으로 이 조직은 미국과 서방을 대상으로 테러를 노려 서방에선 IS보다 더 두려운 존재다.
SOHR는 이날 공습으로 시리아 북부와 동부에서 70명 이상의 IS 대원과 50여 명의 호라산 그룹 대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또 이라크 북부도시 키르쿠크의 남서쪽에 있는 IS 근거지에도 네 차례 공습을 실시했다고 폭스뉴스가 전했다. 미국 등이 IS를 포함한 역내 모든 무장 테러단체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아랍 5개국과 연합작전 수행
이날 공습은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 아랍 5개국이 함께 참여한 연합작전으로 진행됐다. 요르단은 자국 전투기가 이번 공습에 직접 참여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4개국은 군 기지를 제공하거나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의 자국 영공 이용을 허용했다.
얼마 전까지도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는 미국과 아랍 국가들이 전광석화처럼 벌인 자국 내 공습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시리아 정부는 미 정부가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에게 락까 지역의 테러단체를 공습하겠다고 미리 알려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예상보다 일찍 시리아 공습을 단행한 것은 10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시리아 공습을 예고한 상황에서 시점을 늦춘다면 IS 세력이 피신할 기회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요 국제 이슈에 지나치게 유약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그동안의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도 작용했다.
이날 공습으로 미국의 중동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해 온 오바마 행정부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개입하는 사실상의 ‘U턴’을 택하면서 다시 중동전의 수렁으로 빨려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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