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연쇄테러 이후]
무슬림 대통령 당선 가상한 코미디… 일부다처제-여성 스커트 착용금지
작가 우엘베크 ‘논쟁적 글쓰기’ 명성… “이슬람은 가장 멍청한 종교” 발언도
“우엘베크의 소설 ‘복종(Soumission)’은 제2의 샤를리 에브도가 될 것인가.”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를 당하기 직전에 발간한 7일자 잡지의 표지 모델은 프랑스의 인기 작가 미셸 우엘베크(57)였다. 2010년 ‘지도와 영토’로 프랑스 최고 권위 공쿠르 문학상을 수상한 우엘베크는 논쟁적 글쓰기로 ‘프랑스 문단의 영원한 앙팡테리블’로 불리는 작가다. 특히 이슬람의 부정적 측면을 거침없이 묘사했고 2002년엔 이슬람이 ‘가장 멍청한 종교’라고 발언해 소송에 휘말렸다. ‘성역 없는 풍자’를 내세운 샤를리 에브도와 일맥상통하는 작가란 평판을 받아 온 이유다.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가 그런 우엘베크를 표지 모델로 내세운 것은 7일 프랑스 전역에서 판매에 들어간 그의 여섯 번째 소설 ‘복종’ 때문이다. ‘점성술사 우엘베크의 예언’이란 제목 아래 점성술사 모자를 쓴 우엘베크가 “2015년엔 이를 뽑는데 2022년엔 라마단을 지켜야 해”라고 말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가 없어 씹기 힘든 상황에서 한 달간의 이슬람식 금식까지 해야 해 굶주림을 면치 못하게 됐다는 불만의 표출이다. 이는 2022년 프랑스에서 무슬림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복종’의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다.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가 어떻게 무슬림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은 전통적 좌우파 세력이 분열한 상황에서 극우파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 후보와 이에 맞서는 무슬림형제당이란 정당의 대표 모하메드 벤 아베가 결선투표를 치르는 상황을 상정한다. 프랑스 좌우파는 극우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아베를 지지하고 엘리제궁은 무슬림 차지가 된다.
소설의 화자인 소르본대 교수인 프랑수아는 대선 직후 잠시 프랑스를 떠나 있다가 돌아와 놀라운 현실을 목도한다. 패셔니스타였던 프랑스 여성들이 미니스커트가 아니라 차도르를 쓰고 다니고 대부분 전업주부로 돌아서는 바람에 실업률이 급감한다. 이슬람식 일부다처제가 합법화되고 중동 자본이 프랑스 기업과 대학을 장악한다. 그리고 프랑스는 급기야 지중해중동국가연합 구상을 발표한다.
우엘베크가 ‘지도와 영토’ 이후 5년 만에 발표한 소설 ‘복종’이 출간된 날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가 발생했다. 우엘베크는 바로 다음 날부터 홍보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는 특히 이번 테러로 희생된 샤를리 에브도의 칼럼니스트 베르나르 마리가 자신의 ‘절친’이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우엘베크는 2003년 이후 프랑스가 아니라 아일랜드로 거처를 옮겼으나 현재는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종’에 대한 프랑스 내 평가는 엇갈린다. 샤를리 에브도의 다음 호 발간을 돕기 위해 나선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편집장 로랑 조프랭은 “본격 문학 작품의 영역에 극우파의 사상이 침투한, 또는 되돌아온 역사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중도 일간지 르몽드에 기고한 작가 에마뉘엘 카레르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비견할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소설 발간 전후로 뜨거웠던 논쟁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추모 기간을 맞으며 잠시 숨죽인 상태다. 하지만 영국과 미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애틀랜틱 최신호는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이 소설로 다시 옮겨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 인터넷판 역시 이 소설이 최근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프랑스 쇠퇴론’과 밀접한 연관 관계를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우엘베크는 1985년 시인으로 먼저 데뷔한 뒤 1994년 ‘투쟁영역의 확장’ 이후 지금까지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이 중 ‘복종’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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