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표현의 자유’ 논란 재점화
생식기 연상 표지-테러리스트 조롱… 이슬람 “새 증오의 물결 일으킬 것”
해외언론 상당수 만평 게재 안해… 알카에다 “샤를리, 우리가 복수했다”
“서방과 이슬람권의 갈등만 악화시킬 뿐이다.”(이슬람권)
“우리는 사람들의 지성과 유머를 신뢰한다.”(샤를리 에브도의 만평가)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14일 발간한 최신호 커버에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한 것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인가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잡지사는 이달 7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공격을 받아 기자와 만평가 등 9명의 직원을 잃었다.
테러 발생 이후 처음 발간된 이번 최신호는 만평 논란에도 불구하고 발간되자마자 300만 부 모두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이에 잡지사는 독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부수를 500만 부로 늘렸다. 평소 6만 부 수준이었던 발생부수가 8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무함마드 만평이 실린 잡지 발간일에 맞춰 샤를리 에브도 테러 공격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AQAP의 최고지도자 나스르 알 안시는 이날 인터넷에 올린 11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샤를리 에브도 학살은 예언자를 위한 복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AQAP가 타깃을 선정했고 계획을 짰으며 작전에 필요한 자금을 댔다”고 설명했다. 안시는 프랑스를 사탄의 무리라고 지칭하면서 “더 많은 비극과 테러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최신호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커버에 실린 무함마드 만평. 무함마드의 캐리커처는 ‘모두 용서한다’는 제목 아래 눈물을 흘리며 “내가 샤를리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무함마드의 캐리커처에 한 개 또는 두 개의 남자 생식기 모양이 숨어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잡지사 측은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본다. 만평은 만평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안쪽 면에 실린 테러범 관련 만평도 구설에 올랐다. 이 만평에서 두 명의 테러리스트는 죽어서 천국으로 간 뒤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에 나오는) 70명의 처녀는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이어 “샤를리 팀(희생자들)과 있어. 바보야”라는 답이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무함마드 만평을 그린 레날 뤼지에 씨는 13일 파리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그는 “무함마드를 다시 그려서 유감”이라면서도 “여기 무함마드는 나의 만평 캐릭터로 내가 그렸을 때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뤼지에 씨는 “내 눈에는 무함마드가 울고 있었다. ‘모두 용서한다’는 문구를 완성한 뒤 나도 울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권에서는 무함마드를 만평의 소재로 삼은 것은 금기를 깬 것이라며 즉각 비난했다. 율법해석 권한이 있는 이집트 이슬람 기구 다르 알이프타도 성명을 내고 “15억 무슬림을 자극하는 도발이다. 프랑스와 서구사회에 새로운 증오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급진적 성향의 이슬람 성직자 안젬 초더리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평은 전쟁행위”라며 “샤리아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된다면 사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의 유력 매체들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유력 매체인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 AP통신 등은 무함마드 만평을 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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