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고대유물 파괴 행위를 ‘전쟁 범죄’라고 비판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ICC 검찰관에게 서신을 보내 모종의 조치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도 긴급회의를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IS의 이 같은 행위를 ‘문화 청소(cultural cleansing)’라고 규정하며 “‘ICC에 관한 로마 규정’에 따르면 이를 전쟁 범죄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IS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의 박물관과 유적지에서 병사들이 대형 망치로 고대 조각상을 박살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지난달 26일 공개했다. 이들은 모술을 점령한 뒤 이슬람 사원을 비롯해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의 여러 역사·문화 유적지들을 파괴해 왔다. 이슬람 교리를 극단적으로 해석해 예언자 무함마드를 형상화한 조각상이나 신상 등을 우상 숭배로 여기기 때문이다. 2001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쪽 바미안에 있는 높이 57m, 37m의 마애석불 2개 등을 로켓과 탱크를 동원해 부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한편 IS가 파괴한 모술 박물관의 유물이 대부분 모조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라크 현지 언론 루다우는 나틸 알누자이피 전 니네베 주지사와 인터뷰를 통해 “박물관에 소장된 전시품들은 대부분 모조품”이라며 “값어치가 큰 아시리아와 아카드 시대의 진품은 2003년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IS가 공개한 동영상 가운데 부서진 진품은 ‘독수리 날개 달린 황소’와 ‘로즈한의 신(神)’ 등 2점뿐이다.
알누자이피 전 주지사는 “동영상에서 부순 것 외에 IS가 다수의 석상을 약탈해 갔으며 이라크 당국이 유네스코에 이를 알려 국제 경매시장에서 거래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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