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리아 팔미라 장악… 고대유적 파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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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명 교차 ‘사막의 진주’ 별명… 198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2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리아의 유서 깊은 고대 도시 팔미라를 장악했다고 CNN 등 주요 외신이 21일 보도했다.

IS는 이날 트위터 성명을 통해 “우리가 팔미라를 접수했다. 정부군은 도망쳤고 시 광장은 그들의 시체로 넘쳐 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IS가 20일 밤 군 기지, 교도소, 정보기관 본부 등 팔미라의 주요 정부 시설을 장악했고 거대 돌기둥과 바알 신전 등 문화유산이 가득한 시 남부에도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미 시리아 북부와 동부 대부분을 차지한 IS가 중부 팔미라까지 장악함에 따라 IS가 시리아 영토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고 SOHR가 전했다. 특히 IS가 그간 인구가 많지 않은 낙후된 농촌 지역을 주로 접수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핵심 교통 요충지인 팔미라를 확보함에 따라 수도 다마스쿠스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는 2011년부터 계속된 시리아 내전의 판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랍어로 ‘대추야자가 무성한 땅’이란 뜻을 지닌 팔미라는 사막 한복판 오아시스에 형성된 도시로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동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있다. 동서양 문명의 교차점에 있고 예로부터 각종 교역이 활발해 ‘사막의 진주’ ‘사막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이 붙었다.

팔미라의 최전성기는 1세기 중반부터 2세기 사이다.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오아시스 도시라는 이점을 이용해 실크로드 무역의 중간 기착지로 번성했다. 대형 광장(아고라), 극장, 신전, 묘지, 수로 등 현존하는 팔미라의 문화유산 대부분도 이때 축적된 부(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히 로마 건축 양식만 승계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 페르시아, 팔미라 전통 양식까지 잘 결합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미라는 2011년부터 계속된 시리아 내전으로 상당수 유적이 손상된 상태다.

아직 IS가 팔미라 유적을 부수진 않았지만 만약 파괴에 나설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미 IS는 올해 초 이라크의 고대 도시 님루드,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 하트라 등에서 불도저와 대형 해머로 각종 문화유산을 파괴한 바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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