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수니파 민병대와 합동작전… 미군은 공습 통해 지상 공격 지원
IS, 병력집결-지뢰 집중 설치… 전문가 “IS전술능력 갈수록 진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속수무책으로 라마디를 빼앗긴 이라크군이 26일 탈환작전을 시작했다.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의 주도인 라마디는 수도 바그다드에서 110km 떨어진 전략요충지다. 라마디 함락으로 미국 주도의 IS 격퇴작전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자 이라크군이 서둘러 탈환작전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라크 정부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수니파 민병대로 구성된 합동군이 이른 아침 라마디로 진군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공습을 통해 지상작전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군사작전은 양쪽에서 IS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라크군은 라마디 탈환작전과 함께 북부 살라후딘 주에 있는 최대 정유도시 바이지를 되찾는 군사작전도 시작했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지난번 라마디 전투 때 수적 우위에도 IS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라크군에 이번 작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IS는 라마디 방어를 위해 병력을 집결하고 있다. AP통신은 “IS가 24일부터 전사들을 라마디로 이송하고 있다”며 “적군의 진입을 늦추기 위해 라마디 진입로마다 지뢰와 급조폭발물(IED)을 집중 설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탈환에 한 달 이상 걸린 티크리트보다 규모가 큰 라마디 탈환작전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작전에는 IS의 공세에 밀려 책임 공방을 벌인 이라크와 미군의 자존심이 걸렸다. 24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이라크군은 싸울 의지가 없다”고 비판하자 이라크 총리는 다음 날 “미국이 IS에 대항해 싸우려는 의지가 없다”고 되받아쳤다. 외신은 IS가 국가 수립 1년을 앞두고 대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도시 탈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 정부는 “깜짝 놀랄 신무기로 작전을 단기간에 성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S의 잇단 승리 비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고 작은 전투를 거치며 진화시킨 전술 능력과 IS식 자폭 무기를 꼽았다. 군사전문가인 빌 로지오 ‘롱워저널’ 편집장은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라마디 함락은 꾸준히 쌓은 IS의 전투 실력으로 얻은 결실이었다. IS의 전술은 불행하게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IS는 라마디 전투를 앞두고 4월 초부터 치밀하게 전술을 가다듬었다. 이라크군의 감시를 피해 트럭 대신 세단을 라마디에 침투시켰고, 평소 남발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전도 삼갔다. 그런 뒤 자살테러 대원들이 철판을 두른 버스 모양의 폭탄차량을 타고 돌진해 폭발시키는 방법으로 이라크군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 차량의 폭발력은 168명의 사망자를 낳은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청사 폭탄테러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종파 갈등을 이용한 심리 전술도 통했다. 영국 BBC는 “지난해 이라크 북부 모술과 이번 라마디 함락은 시아파 정부에 불만을 품은 토착 수니파 무장조직의 협조로 가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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