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식 분쟁전문기자 “파리 테러는 전쟁의 일부… IS가 서방세계 후방 공격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IS를 말하다’ 책 펴낸 분쟁전문기자 하영식씨

이라크, 이스라엘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을 취재해온 하영식 씨. 하영식 씨 제공
이라크, 이스라엘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을 취재해온 하영식 씨. 하영식 씨 제공
《 “중동은 지금 전쟁 중이다. 파리 테러는 이슬람국가(IS)가 서방 국가의 후방을 공격한 전쟁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중동의 전쟁을 망각하고 있다. 파리 테러를 계기로 IS의 위험에 대해 세계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IS의 파리 테러가 ‘유럽판 9·11’로 불리며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신간 ‘IS-분쟁전문기자 하영식이 IS를 말하다’(불어라바람아 출판사·사진)는 눈이 가는 책이다. 》

저자 하영식 씨(50)는 각국 분쟁 지역을 주로 취재하는 프리랜서 기자다. 영국 셰필드대를 졸업한 그는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T·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등에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이라크, 이스라엘 가자지구, 쿠르드족이 IS와 싸우는 시리아와 터키 국경 지역, 지난해 전쟁이 발생한 우크라이나 등을 취재했다.

이번 책에는 그동안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IS의 기원과 조직 구성, 중동 분쟁의 원인에 대한 분석 등을 담았다. 현재 헝가리에 머물고 있는 그는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IS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IS의 목표는 종교국가 건설이다. 그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IS는 무슬림 중 수니파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금과 무기를 지원받는다. 사우디는 와하브주의(이슬람 복고주의)에 경도돼 있다. 사우디 왕실은 세속적이지만 주류 왕족은 그렇지 않다.”

그는 또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IS의 참수 행위가 샤리아법(꾸란에서 언급한 원리적인 법)에 따라 사우디에서 1년에 수백 건씩 일어나지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상황은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크게 수니와 시아 종파 간의 경쟁이라는 틀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수니파의 나라’ 사우디와 ‘시아파의 나라’ 이란 간의 경쟁과 충돌이 가장 큰 구도라는 것.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해 서구 언론이 민주와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중동 문제에서는 지엽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난민 해결과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가 IS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라크가 IS에 의해 계속 수세에 몰리고 수도 바그다드가 그들에게 넘어간다면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이란이 IS와의 전쟁에 개입할 것이다.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되면 중동 전체가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다.”

IS의 발흥으로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아랍의 민주화 바람이 수그러든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IS가 점령한 곳에서는 민주주의나 자유, 평등이란 단어조차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다”고 했다.

쿠르드 여성 전사들의 군사훈련 모습. 하영식 씨는 200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IS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터키와 시리아 접경의 쿠르드족 거주지를 취재했다. 그는 “이곳의 쿠르드 민병대 중에는 여성 전사가 5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불어라바람아 제공
쿠르드 여성 전사들의 군사훈련 모습. 하영식 씨는 200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IS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터키와 시리아 접경의 쿠르드족 거주지를 취재했다. 그는 “이곳의 쿠르드 민병대 중에는 여성 전사가 5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불어라바람아 제공
분쟁 지역 취재는 큰 위험이 따른다. 그는 “2002년 터키와 이라크 접경 쿠르드 지역 취재 중 터키 정보요원의 미행을 받았을 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쿠르드족은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민족 가운데 인구(4000만 명)가 가장 많다. 현지에 가 보니 ‘이런 곳이 지구상에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는 6·25전쟁에 참전한 터키 용사 60%가 쿠르드 용사였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전쟁의 참상을 낱낱이 전하고 싶어서’ 분쟁 지역을 취재한다는 그는 다음 목적지를 묻는 질문에 “마음이 가는 대로, 가슴이 뜨거워지면 또 (분쟁 지역으로)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is를 말하다#쿠르드#샤리아법#아랍의 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