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가 차세대 대원 양성을 위해 아이들을 잔혹하게 훈련하고 있는 현실을 낱낱이 파헤친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런던 소재의 테러 관련 싱크탱크 ‘퀼리엄’이 발간한 ‘이슬람국가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IS가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의 9∼15세 어린이들을 납치·유괴해 과거 독일 나치당이 했던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세뇌해 전사로 키우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S는 어린이들을 잔혹한 폭력과 살인에 익숙해지게 하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어린이들이 참수된 인질의 머리를 들고 있게 하거나, 잘린 머리를 바닥에 굴리며 공놀이를 하도록 시킨다. 그냥 놀이를 할 때도 손에 장난감 총을 쥐여 준다.
이런 잔인한 교육 방식은 주로 IS가 점령한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서 ‘훈련 캠프’, ‘학교 수업’ 형태로 진행된다. 학교 수업에서는 이슬람 경전 ‘꾸란’을 외우게 하며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한다. 10∼15세 소년들이 주로 참여하는 훈련 캠프에서는 참수 영상이나 공개 처형 장면을 보여 주고 각종 무기 사용법과 무술을 가르쳐 폭력에 둔감해지도록 한다.
‘어린이 조직원’들은 자발적이 아니라 유괴·납치에 의해 충원된다. 유엔 이라크지원단(UNAMI)에 따르면 IS가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납치한 9∼15세 어린이는 800∼900명에 이른다.
이 보고서는 “이런 방식은 독일 나치당의 청년 조직 ‘히틀러 유겐트’를 모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치당은 어린이를 모집해 독재, 유대인 학살의 정당성을 어릴 때부터 세뇌하는 방식으로 미래 세대를 이끌 어린이 대원을 양성했다.
IS가 어린이 대원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성인에 비해 이슬람 사상과 다른 세속적 가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하고 치명적인(pure and lethal)’ 인적자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받고 자란 아이들이 IS가 선포한 칼리프제국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교육 대상에는 소녀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전선에 뛰어들어 싸우지는 못해도 남성 전사들을 보필하는 여성으로 자라도록 훈련받는다. IS에서 ‘칼리프의 진주’라 부르는 이들은 온몸을 천으로 가린 채 집안에만 갇혀 지내며 남성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돌보는 역할을 맡는다. 일부는 전사들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다.
이 보고서는 “이런 교육은 대부분 강압적인 수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만일 IS의 가르침에 반항하고 따르지 않는 어린이는 태형, 고문, 성폭행 등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고 전했다. 퀼리엄 측은 보고서를 9일 영국 의회에 제출해 어린이 인권 문제에 관한 관심과 대책을 촉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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