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테러는 ‘파리 테러의 복사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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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공항-지하철역 연쇄테러]
공항-지하철역 등 다중 이용공간서 불특정 민간인 겨냥 ‘소프트 테러’
파리 때와 달리 총기난사는 없어… 희생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어

이번 브뤼셀 테러는 불과 4개월 전 발생한 ‘파리 테러’의 재판(再版)이라고 할 만하다.

2015년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는 축구장, 공연장, 도심 레스토랑과 길거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브뤼셀 테러 역시 국제공항과 지하철 역사처럼 다중이 이용하는 공간에서 발생했다.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겨냥한 소프트 테러라는 점에서 같다. 다만 파리 테러가 가을날 오후 9시 이후 발생했고 브뤼셀 테러는 봄날 오전 9시 전후로 발생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소프트 테러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는 서명(署名)이나 다름없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가 미국의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펜타곤(국방부 건물) 같은 상징적 공간을 향해 테러를 감행한 것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파리 테러에선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은 테러범들이 이동하며 AK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까지 투척했다. 록 콘서트가 열리던 바타클랑 극장에선 인질극까지 벌였다. 테러 대상이 된 장소도 7곳이나 됐다.

반면 브뤼셀 테러에선 총기 난사는 없이 공항 이동통로 2곳과 지하철 역사 1곳 자폭테러만 감행됐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희생자 수가 적었다. 파리 테러에선 130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브뤼셀 테러에선 최소 34명이 숨지고 187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가 IS의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폭발 현장에서 아랍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는 증언만 있을 뿐이다. IS 대원을 포함한 지하디스트들은 자신들이 순교라 부르는 자살 폭탄 테러 직전 ‘라 일라하 일랄라 무함마단 라수루 알라’(알라 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그분의 사도이다)라는 아랍어를 외친다. 이는 이슬람신도의 다섯 의무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신앙고백의 구절(샤하다)이다.

하지만 IS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지문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파리 테러의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이 18일 체포된 뒤 나흘 만에 계획적인 동시 다발적 테러가 일어났다는 점이 결정적인 정황증거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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